2. 몸에도 번역이 필요하다 의 배우로 선 지 10년이 지나 그 무대를 기록된 영상으로 다시 보았을 때 재기억되고 재구성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당시에 아무리 말해도 내 안에서만 맴도는 말이란 것을 뱉고, 그럼에도 당신이 있기에 비명처럼 내지를 수 있는 말이란 것을 뱉었다. 대본에 쓰인 나의 말은 추후에 납득/변명/투쟁할 말, 나 이전에 독립된 말, 올바르게 틀려야 할 말, 당신/우리/세계의 말이었다. 무엇을 이해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투쟁하듯 대사를 뱉았을까. 극단 새벽의 연습실에서 어떤 몸을 표현하려고 밤새 연습했을까. 아기부터 노인의 몸, 몸의 시간성을 넘어 물고기의 몸을 상상하면서 내 몸에 입혔다. 땅을 딛고 서 있는 발부터 머리까지 몸을 새로이 감각하면서 발, 다리, 엉덩이, 가슴, 머리에 따로 감..
0. 몸:차림(此, 次) 이 글은 ‘대안’의 몸이 되어야 했던 자기 경험을 분석 대상으로 삼기에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이자 대학의 안팎에서 자생한 대안 연구모임 아프콤(aff-com)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몸:쓰기(bodily:writing)에 대한 비평이다. 이때의 몸은 지금, 여기 있음의 몸이자 몸과 몸이 계속해서 부대끼고 ‘접속’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몸이다. 대학에 입학한 2012년 무용학과가 폐지되고 졸업할 무렵인 2016년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가 통폐합되었다. 지역에서 예술과 문학을 한다는 것은 대학에 들어서자마자 ‘살려주세요.’, ‘짓밟힌 꿈’이 적힌 전단지를 받는 일이었다.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꿈의 자리가 위협 받고 안심할 수 없는 마음이 대학 내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