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고 튼튼하게 2020년 한해가 참 고단했다 이야기할 때에 나는, 내게 주어진 몇 가지의 행운을 떠올렸다. 다니던 학원을 그만둔 것이나(나는 학원 국어강사로 근무했다), 새로운 일을 찾아 적응을 시도하는 일을 비롯해 일상의 전반이 이전과 달리 변화했지만 무탈히 잘 살아있으므로 그건 행운이라 생각했다. 을 만드는 일 또한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성탄절 전에, 갓 인쇄된 4호를 받아들고 배송을 위한 포장을 하느라 의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 직접 대면하지 못하고 온라인을 통해 소통을 한지가 오래되었던 터라 오랜만에 마주하는 얼굴들이 참 반가웠다. 코로나 시대의 애틋함이랄까. 아무튼 각 후원자들에게 배송과 관련해 약속해둔 일정이 있었기에 인쇄소에서 화물배송으로 잡지를 받아보자마자 의 멤버들 전체가 포..
복기 3호를 발간하기까지의 기억을 돌아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누군가 3호 주제 작가 후보로 이랑을 제안했을 때의 당혹스러운 마음이다. ‘이랑이 문학 작가야?’라는 의문이 즉각 머리를 스쳤다. 게다가 1, 2호의 주제 작가 오선영, 박정윤과 3호의 주제 작가 이랑 사이에는 어떤 종류의 연속성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문학 안에서 그동안 주목 받지 못한 작가를 선정하여 조명한다.’는 의 기획에서 ‘한국문학’, ‘주목 받지 못한 작가’ 어디에도 이랑은 속하지 않는 것 같았다. 뮤지션으로 더욱 잘 알려진 이랑은 인디 음악 씬에서 이미 상당한 인지도와 팬을 보유했으며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만화 작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다. 때때로 지나치게 넓어 보이는 그의 활동 범주는, 단순한 ..
지금 흘러내리고 있는 이것, 지금 들러붙은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눈물은 흘러내리지만 곧장 얼굴에 들러붙어버리고, 분노는 위로 솟구칠 뿐 바깥으로 나가질 못하고 안에서 들끓기만 한다. 하지만 눈물은 누군가를 울리고 분노는 어느새 들불처럼 번진다. 바람을 타고 번지는 것들, 몸을 통해 전해지는 것들은 너무나 명료하고 자명하지만 ‘정동하고 정동되는’ 그 몸들을 부를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다는 건 머물 곳이 없다는 것이다. 머물 곳이 없기에 모일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이름 없는 그것들은 잠깐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웹진 에선 이 이름 없는 것들이 잠시나마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직 부르지 않은 이름, 아직 쓰이지 않은 글이 머물 수 있는 대합실을 ‘아직 아닌 것들의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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