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어펙트총서 제5권 『젠더스피어의 정동지리』는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가 2023년 4월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진행한 연속콜로키움 를 토대로 탄생한 책이다. 기술 미디어의 발전이 바꿔놓은 일상의 면모는 참으로 다양하다. 정보 소비가 신문, 텔레비전, 영화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 중심에서 뉴스 포털, OTT, 스트리밍 등 뉴미디어 중심으로 바뀌었고, 미디어 매개체의 물리적 형태(신문지, 필름)와 특정 장소성(집, 극장)은 스트리밍과 모빌리티에 자리를 내주었다. 대중문화 양식에서는 모빌리티를 전제로 한 숏폼이나 네트워크화된 미디어 환경에 조응하는 콘텐츠라는 용어가 대세로 떠올랐다. 사회의 즉각적인 여론은 (비록 신뢰도와는 무관하나) 포털 뉴스나 유튜브 채널 댓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가브..
2023년 10월, AAS in Asia 2024(이하, AAS) 개최 소식을 확인하고 젠더·어펙트연구소에서는 2개의 패널을 구성하기로 결정하였다. 패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발표자를 물색하면서 동시에 일정과 의사를 여쭙고,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들의 의제를 종합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패널 신청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여러 연구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의제를 종합해 패널 제안서를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권명아 선생님은 연구소의 김대성 선생님과 해외 연구자인 송창주, 양인실, 요시다 유타카 선생님과 함께 Affective Geography, Racialized History and Queer Asia 패널을 구성하여 발표를 신청하셨다. 이 패널에서는 권명아 선생님의 Becoming the Tig..
1. 어쩌면 이론은 늘 보편 이론이지만 이론이 단지 학술장에서의 글쓰기 도구임을 넘어서, (근대 이래) 사유의 전제를 근본적으로 재배치하고 세계를 다시 조망할 수 있게 하는 매개여야함을 강력히 환기시킨 개념의 하나가 오늘날 어펙트일 것이다. 주지하듯,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 스피노자-들뢰즈를 매개로 소개되기 시작한 어펙트 개념은 그 맥락상 일종의 열쇠 개념 역할을 기대받은 측면이 강했다. 2024년 현재는 다른 질문을 만들어내는 사유의 도구로, 그리고 이론의 보편 지향 자체를 질문할 전제를 풍부히 품고 있는 개념으로 폭넓게 이해·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개인적으로는 ‘어펙트 이론’이라는 말보다 ‘어펙트의 개념, 문제의식’ 같은 말을 더 사용하는 편이기는 하다. 정합적이고 정통적인 계보가..
『연결신체학을 향하여: 정동적 존재론과 정의』는 젠더·어펙트 총서를 가로지르는 핵심개념인 ‘연결성’에 대한 네 번째 탐구를 담고 있다. 연결성은 좁게는 개별적이고 단자적인 인간관에 대한 비판을, 넓게는 인문학 패러다임 전환의 전망을 집약한 개념으로 보인다. 이번 책은 영미권 정동 이론의 헤게모니에 대항하고 대안적 정동 지식을 창출하는 교두보로서 ‘연결신체학’을 제시한다. 연결신체학은 주류 정동 이론의 교착과 한계를 돌파하기 위하여 지구적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삶에 밀착한 정동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려는 실천적 시도의 일환이다. 이 서평은 책에 실린 열두 편의 논문 가운데 1부로 묶인 세 편의 논문에 집중한다. 논문이 다루는 텍스트를 찾아보고 저자의 주장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구체적인 토론 쟁점을 ..
우리는 장르문학에서 어렵지 않게, 카르밀라나 드라큘라 같은 흡혈귀,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이나 지킬 박사와 같은 사이보그 등 이질적인 몸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19세기 초중반 영미문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포스럽거나 역겹고, 정상성이나 젠더 규범으로부터 이탈해 있는 이들의 퀴어한 모습은 대중적인 미디어에서 뿐만 아니라 ‘본격 문학’ 장르에서도 반복적으로 재활성화되거나 변용되곤 합니다. 이들의 신체는 정상 범주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증오와 같은 정동을 촉발시키고 감정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라 아메드는 『감정의 문화정치』에서 이질적인 몸들을 둘러싼 이 같은 감정의 인과관계를 전치하여 설명합니다. 문학 속 괴물들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 소수자들의 인상을 두고 ..
1. ‘직(職)’이라는 자리, ‘업(業)’이라는 행위 ‘4차 산업혁명’이 삶과 기술의 짜임관계를 바꾸어가고 있다. 그 관계 사이에서 촉발되는 것이 정동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동시대 정동 정치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고, 개입해야 하는 중요한 입각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국가의 ‘명운’과 ‘사활’을 좌우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면, 이는 생명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의 삶과 죽음, 그리고 생활은 기술을 통해 매개되고, 그 기술은 생체매개를 통해 정동을 촉발하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보장되는 미래를 향한 정동 정치의 약속이 역사적 제 국면마다 그 유효함을 꾸준히 발휘해왔음을 상기한다면, 오늘날의 ‘혁명적’ 정동이 전례가 없는 현상만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
순환하며 강화되고 축적되는 감정 『감정의 문화정치』는 감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기보다 감정이 무엇을 하는지의 문제를 치밀하게 붙잡는다. 사라 아메드는 감정의 정동경제를 논한다. 사라 아메드는 감정이 개인의 내면에 실존하는 것으로 여겨온 통념과 반대로 감정의 '밖에서 안으로' 작동하는 방향성을 주장한다. 이는 기존의 사회학적 감정 모델과 유사해보이지만, 감정을 개인 외부에 실존하고 동시에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본 전제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아메드는 감정이 개인의 안 또는 밖 어디에 존재하느냐에 대한 논쟁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녀에게 보다 의미 있는 작업은 감정이 애초에 '안과 밖'을 결정짓던 표면과 경계를 형성하는 역학에 주목하는 것이다. 감정은 대상과의 접촉의 간극과 강도, 형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여 출시한 하이퍼FPS 게임 “오버워치”시리즈에는 다종다양한 몸들이 등장합니다. 단련된 근육으로 중화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여성, 왜소증을 지닌 노년의 남성, 과거 높은 전공을 올렸던 노년의 군인들, 신체의 대부분을 보철물로 대체한 사이보그,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 신체에 이르기까지 젠더 뿐만 아니라 인종, 연령, 성적 지향에 이르기까지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이런 몸들은 한국시장을 겨냥한 한국의 게임사 작품들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23년 11월 23일, 젠더스피어 8회차 콜로키움에서는 김수아 선생님을 모시고 이란 주제로 강연을 청해 들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엄혜진 선생님의 토론 내용에 더하여 한국 게임사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초점을 맞춘..
자오 펑 첸지의 발표 는 2019년 12월부터 최근까지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젠더와 권력의 렌즈에 초점을 맞춰 중국의 코로나 19 팬데믹을 조사하는 프로젝트에 몰두해 개인, 정부, 페미니스트 운동, 미디어의 온라인 담론과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자오는 페미니스트적 자아에 동기부여 되어 검열과 인식론적 지배에 저항하기 위해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인의 경험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과정 속에서 가부장적 담론과 페미니즘 담론을 나란히 병치하여 놓고, 개인의 이야기를 면밀히 살피며 사회 주변부의 목소리를 함께 살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한 온라인 연구에 따르는 방법론적 윤리적 복잡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 경험을 통해 전통적인 학술교육에서는 거의 탐구되지 않..
4. 다시 來人comer, people이 people 하다 TV 프로그램 에서 ‘코쿤이 코쿤했다’는 한 고등학생의 감탄사가 유행이 되어 떠돌았다. 래퍼 코드쿤스트의 비트에 대한 리스펙이자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능력을 찬양하는 표현이었다. 이를 빌려 써본다. people이 people 한다. 연구모임 의 잠정적인 해체를 기억한다. 공동체가 해체된 경험, 조직의 구성원이 어떤 종류의 상실을 겪고 사라진 일, 누구의 잘못도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잘못이라고도 할 수 없는, 반복되는 공동체의 우울을 기억한다. 동시에 젠더·어펙트연구소로의 접속! 소진해버렸다 생각했는데 체급을 올려(?) 다시 만났을 때의 경의(驚疑)를 기억한다. 모든 뒤바뀜 속에서 여전히 지독하게 ‘함께’인 권명아 선생님을 비롯..
전임연구원인 이지행 선생님이 프레시안에 연재 중인 K팝 칼럼을 소개합니다. 팬 행동주의(fan activism)의 현장을 살피며 “쓸데없는 짓”으로 폄훼되곤 하는 이들의 실천에서 새로운 정동 경제의 양상과 대항담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글입니다. 올해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네 번째 강좌였던 과도 이어지는 논의이니 웹진에 발표된 리뷰글(움직이고 접속하고 주장하며 변하는, ‘팬덤’이라는 몸들)과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102009552504597 BTS 알리려 가사 번역하면 쓸데없는 짓? '그들'은 모른다 가수 이승윤의 팬들이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 (감독 권하정, 김아현)가 지난 9월 개봉해 현재까지 ..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길고양이 혐오 담론과 문화는 최근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형태로 퍼져 새로운 인터넷 놀이 문화의 하나가 되었고, 혐오는 어느새 인터넷상의 지배적 정동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동물 혐오가 특정 집단에 국한된 문제적 정동이 아니라, 배제의 논리를 작동시키는 폭력적 문화로서 다수에게 확산되는 정동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면에 존재하는 혐오 정동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러한 동물 학대는 고양이 뿐 아니라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에 대한 혐오를 수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고양이와 캣맘에게 물리적 정신적 위해를 가하면서 캣맘을 향한 성적 조롱과 폭언, 폭행 등의 성차별적 행위로 혐오적 정동을 확산시켜 나갑니다. 강연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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