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땀이 뻘뻘 흐르는' 정동적 강렬함에 관하여 (김대성)

 
자오 펑 첸지의 발표 <중국의 젠더화된 팬데믹에 대한 온라인 연구>는 2019년 12월부터 최근까지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젠더와 권력의 렌즈에 초점을 맞춰 중국의 코로나 19 팬데믹을 조사하는 프로젝트에 몰두해 개인, 정부, 페미니스트 운동, 미디어의 온라인 담론과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자오는 페미니스트적 자아에 동기부여 되어 검열과 인식론적 지배에 저항하기 위해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인의 경험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과정 속에서 가부장적 담론과 페미니즘 담론을 나란히 병치하여 놓고, 개인의 이야기를 면밀히 살피며 사회 주변부의 목소리를 함께 살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한 온라인 연구에 따르는 방법론적 윤리적 복잡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 경험을 통해 전통적인 학술교육에서는 거의 탐구되지 않았고 종종 간과되는 반억압적인 온라인 연구의 정서적이고 체현된 측면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강연은 페미니스트의 상황적 지식에 입각한 입장을 밝히며 논의를 시작했다. 자신이 ‘캐나다 웨스턴 대학에서 비판적 정책 형평성 및 리더쉽 연구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사회적 형편성과 비판적 제도 연구에 관심 있는 페미니스트 연구자라는 것, 박사연구 주제는 아시아계 교수진의 삶과 정동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캐나다 고등교육에서의 젠더와 인종화라고 한다. 중국 본토에서 나고 자라 스스로를 아시아인이라던가 중국인이라고 크게 느낀 적이 없다고 하는데, 베이징의 국제화 물결 속에서 자오는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이동성을 즐기면서 지정학적 국경과 국적이 초기 삶의 대부분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북미에 와서 살게 되면서 알게 된 건,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더욱 느꼈던 것은 아시아 여성을 향한 왜곡된 선호를 나타내는 ‘옐로우 피버’라던가, 아시아계 혐오, 유학생의 불안정성 상태라던가,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삶을 산다는 것에 관한 것이다. 더불어 페미니스트적 자아로 충만하고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연구자 정체성으로 ‘무관심한 외부자’로서 이 연구에 임할 수가 없었다고 하는데, 이 연구에서 신념, 해석, 결정은 자오의 생생한 경험, 중국에 대한 지식, 정치적 입장, 비판적 학습 및 사고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중국 상황은 뉴스와 sns를 통해서 정보는 얻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한다. 중국은 팬데믹을 전쟁에 비유했고 이 전쟁 내러티브 및 수사를 다양한 방면의 레토릭으로 채택했다. 전쟁 논리, 군사적 태도가 팬데믹을 해결하는 방식에 적합하지 않기에 전염병에 대한 대응은 전쟁과 같은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자오의 물음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팬데믹이 지속적으로 전쟁으로 묘사되고 이러한 표현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쟁이라는 레토릭이 아니라 보다 공정한 대안을 구상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전쟁 내러티브의 정치경제학적 측면과 중국인들이 팬데믹 전쟁을 어떻게 경험했는지 조사하는 것이 필수였다. 그래서 자오는 중국 맥락에서 팬데믹을 둘러싼 담론과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페미니스트 온라인 민족지학 연구’에 착수하게 된다. 페미니스트 온라인 민족지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 연구가 젠더와 권력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페미니스트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팬데믹의 무력화가 여성과 주변부 집단에 미치는 영향과 팬데믹 전쟁에서 여성과 페미니스트 역할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프로젝트는 팬데믹 상황을 다각도로 바라보며 젠더 인지적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장기간의 온라인 관찰과 상호작용, 다양한 데이터, 현장 기록, 연구 성찰 일지를 활용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국의 총력전과 같은 봉쇄조치로 억압된 인권 및 그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늘어만 갔고 소외된 주변부 여성의 경우 국가적 폭력성으로 취약성이 더욱 위태로워졌다. 자오는 이러한 피해가 젠더 기반적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직시한다. 의료 인력, 가족 간병인의 대다수를 여성이 차지했지만 여성은 지속적으로 소외되고, 종속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부차적인 존재로 표현되었다. 주류 뉴스 보도에서는 팬데믹을 남성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묘사하며 강하고 남성적인 국가 이미지를 투영하는데, 이러한 전쟁 내러티브는 전통적인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여 가족 내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가사노동을 평가 절하하고 공식 역사에서 여성을 배제한다. 
 
그러나 자오는 무력화된 정책과 강렬하게 젠더화된 국가담론은 중국 페미니즘 운동이 공식적인 내러티브에 도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한다. 페미니스트들의 활동 양상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불만의 목소리를 증폭하고 사회 및 젠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구조적 문제를 환기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고 전시 초점에서 개인과 소외된 측으로 대중의 관심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전쟁과 남성성의 렌즈를 통해 팬데믹을 묘사한 반면 페미니스트 담론은 윤리, 돌봄, 보호, 협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국가가 공포, 외국인 혐오, 민족주의를 통해 통치하는 동안 페미니스트들은 사랑, 연대, 연결로 연대한다. 국가가 취약성을 여성스럽고 부끄러운 것으로 낙인 찍을 때 페미니즘은 그런 취약성과 상호의존성이 우리의 일부, 우리가 공유하는 고유한 인간 조건임을 상기시킨다.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백지를 들고 행진하며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오는 연구를 시작할 땐 미디어 및 온라인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담론분석을 방법론으로 삼고자 했으나 연구를 해나가면서 연구의 정동적 강도와 깊이로 인해 인식론적, 방법론적으로 (온라인) 민족지학에 더 부합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온라인 민족지학을 진행하면서 겪은 딜레마에 대해서도 그 면면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중국의 권위주의 정책에 따른 중국 사이버 공간의 단명성이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고 하는데, 게시물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폐쇄되는 경우, 그리고 sns 계정이 없어지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온라인 현장에 상주하며 언제나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고 주목할만 한 사건에 계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검열되기 전에 관련 콘텐츠를 추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면밀히 관찰하고, 온라인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기록보관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오는 이 과정이 연구와 삶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로 이끌었으며 이러한 방식의 연구 조사가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물리적으로는 캐나다에 머물렀지만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중국 시간대에 맞춰서 생활해야 했기에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중국 사이버 기관을 관찰하며 참여했다고 한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만성 불면증을 겪으며 사회 생활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민족지학과 민족지학자의 삶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관한 자오의 목소리를 아래에 옮겨둔다. 
 

저의 연구 경험은 체현된 정서적 강렬함과 온라인 현장에서 매일 마주치는 중국 네티즌들과의 깊은 유대감으로 특징지어집니다. 저는 슬픔, 고통, 불만, 절망에 함께 공감했습니다. 무분별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고통과 불공정을 목도하면서 제 가슴도 함께 무너지고 권위주의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과정 속에서 깊은 우려는 느끼기도 했습니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 능력의 한계를 부딪치면서 좌절감도 커졌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사회적 고립감과 얽혀 제 일상을 방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조사는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부담스러웠습니다. 이 주제의 중요성, 그리고 윤리적 당위성이 부분을 인식할수록 연구를 지속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가장 적합한 연구 포커스를 고민하고 다양한 이론적 분석적 자료를 탐색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과연 제가 이 프로젝트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라는 의문과 지속적으로 마주해야 했습니다.

(중략)

정치적 절망감, 창작에 따른 불안감, 현실적인 고민이 얽히고 설키면서 결국 제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정서적 투쟁의 연대기나 다름 없던 조사일지를 다시금 살펴보고 나서야 뒤늦게 그것이 우울증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피곤한가보다’, ‘슬픈가보다’라고 생각하며 저의 열정이 녹아 있는 프로젝트에 계속 전념할 뿐이었죠. 저의 열정이 우울증과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민족지학자의 취약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까지 2년 동안 우울증과 씨름해야 했습니다. 반억압 연구를 진행하는 동료 연구자들에게 제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관리의 중요성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저의 우울증 그 이상이며 페미니스트적 희열, 주체적 힘에 대한 내러티브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라인 현장에서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저는 분노와 슬픔이 어떻게 집단적 반대와 저항을 촉발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감정이 어떻게 사람들을 함께 모아 서로를 돌보고 변화의 바람을 지지하도록 영감을 고무시키는지 관찰했습니다. 저는 정동적 온라인 소집이 페미니스트 운동의 성장과 영향력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목격했습니다. 제가 위안을 삼은 것은 이 연구를 통해 국가 권력과 지배에 반박하고 그것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으며 이는 항의에 나서고 대항 담론을 구축하는 정치적이자 윤리적인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사라 아메드가 말했듯이 페미니즘은 센세이셔널 하고 페미니즘 연구는 땀이 뻘뻘 흐르는 과제입니다. 팬데믹 기간동안 중국 시민들의 집단적 정서와 행동주의에 힘입어 중국 온라인 풍토에 퍼진 정동적 강렬함이 제 몸에 끈끈하게 달라붙어 때때로 저를 짓누르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이 도전적인 연구를 매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방법론적 학제적 경계를 넓히고 윤리적으로 근거한 페미니스트 연구를 온라인에서 수행하는 복잡한 과정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센세이셔널 하고 '땀에 흠뻑 젖은 연구'를 하는 동안 자오는 우울과 희열이 뒤범벅된 채 정치적, 학문적 역량 강화의 심오한 순간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연구 자체가 정치적 행동주의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비판적인 희망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다. 불의와 트라우마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충실히 보존하면서 지배체계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대항 담론에 도전하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 아울러 정치적 우울을 포함한 집단적 감정은 사람들을 정치적 참여와 집단행동을 위해 하나로 모아 고립감과 절망감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잠재력이 있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바로 이러한 잠재력 때문에 이 연구에 대한 정동적-지적인 노력을 발표를 통해 공유하고 있으며 이 강좌에 접속한 이들의 친밀한 정동적 경험을 정치화하여 진보적 행동주의와 사회변혁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자오는 강연의 마지막을 희망과 미래 비전을 담은 연구 일지에서 한 단락을 발췌해 낭독했다. 그 목소리 또한 글로 옮겨 아래에 기록해둔다.
 

우리가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식은 우리의 과거를 드러내고 현재를 형성하며 번영 또는 위험으로 향하는 미래 방향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경험을 보존하고 거대한 국가 내러티브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회 변방에 뿌리를 둔 내러티브를 구성하여 검열에 더럽혀지지 않는 집단적 기억을 담을 그릇으로 우리의 모습을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동시에 이러한 저항 행위가 페미니즘 세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저항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저는 코로나를 국가가 승리한 전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실패와 잔혹함, 우울과 부조리, 희망과 단결의 순간을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기억은 우리가 보다 공정하고 페미니즘적인 접근법을 구사하여 불안성과 취약성을 이해하는 길로 안내하고 손상된 지구에서 삶과 죽음을 함께 하는 여정을 도와줄 것입니다.”

 
 


 
이 글은 2023년 젠더·어펙트연구소 연속 콜로키움 <젠더스피어: 젠더적 정동장으로서의 온라인 문화를 탐색하다>의 일곱 번째 강연(자오 펑 첸지, <중국의 젠더화된 팬데믹에 대한 온라인 연구>, 2023년 10월 26일)에 대한 리뷰입니다. <젠더스피어> 하반기 프로그램 및 일정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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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젠더·어펙트연구소 연속 콜로키움 <젠더스피어: 젠더적 정동장으로서의 온라인 문화를 탐

젠더·어펙트연구소의 2023년 연속콜로키움 <젠더스피어: 젠더적 정동장으로서의 온라인 문화를 탐색하다>의 하반기 프로그램을 2023년 9월 21일부터 매달 한차례씩 진행합니다.기술 발전으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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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 연구소> 특별연구원.
비상상태 속에서 나타나는 예외적인 힘을 추적하고 있다. 1950년대 '피난문단'과 1970-80년대 한국 노동자 글쓰기가 남긴 궤적을 이으며 지역-제도-글쓰기의 역사적 얽힘과 부대낌을 탐색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문학의 곳간>이라는 모임을 열고 있으며 2022년부터 1인 출판사 <곳간>을 열어 책을 펴내고 있다. 저서로 『대피소의 문학』(갈무리, 2019)과 『무한한 하나』(산지니, 2016)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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