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오정보의 바다에서 헤매지 않기 (이지현)

                          

현대 사회에서 여러 매체를 통한 흥미롭고 또 자극적인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는 가운데, 나는 얼마나 진실과 오정보를 구별하고, 또 비판적으로 사고하여 분별하고 있을까? 오정보 문제는 인류 역사상 꾸준히 있어왔던 문제이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여러 사회관계망이 출현하면서 오정보에 의한 폐해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만 있다. 정보의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래거시 미디어 대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같은 SNS 등이 정보 습득의 유용한 수단이 되었고, 때로 그 영향력은 래거시 미디어를 넘어서고 있는 듯 보인다. 그 가운데 오정보로 인해서 분열, 갈등 전쟁 양극화 환경 문제 등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결과를 야기시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음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이진하 선생님은 사람들이 오정보를 분별하는데 있어서 궁극적으로 지식이나 기술의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라 할 수 없음을 설명한다. 사람들은 진실에 반응하기보다 스스로 그렇다고 믿는 모습에 반응하며, 자신이 믿고 싶은 사실과 확인 가능한 증거가 있는 사실을 선별하는 과정 가운데, 때로 가짜 뉴스에 능동적으로 저항해서 싸우기보다 때로 그대로 수용하는 쪽을 선호하기도 하는 것이다. 즉 오정보 문제에 있어 중요한 지점은 지식의 부족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 콘텍스트, 감정, 인지적 편향 문제들이 정보 처리와 수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객관적 정보의 정확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이 어떤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일지 말지의 여부에 개인의 감정, 정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사람들의 인지 과정에 정동이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인지 판단에 의한 사고는 또 다른 정동을 유발하여 인지적 편향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거짓 정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정보의 수용과 감정 영역은 아주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테러, 대선, 전염병, 전쟁 등 지금까지 재난 상황에서의 사람들이 오정보를 다루는 방식에 집중되었던 기존 연구에서 나아가, 대중문화라는 콘텍스트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오정보에 대해 판단과 대처를 하는 방식이 소개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멤버들이 단순하게 수용자의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스타에 대한 오정보에 대해 팬들이 능동적으로 대항해 나가기도 한다. 일례로 수용자(대중)들이 거짓 정보 문제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간 BTS팬덤의 활동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토론을 해주신 박소정 선생님의 지적과도 같이 대중문화에서 팬들이 오정보에 능동적으로 대처를 한다는 부분에 모호한 지점이 있다는 점 또한 놓치기 어려워 보인다. 팬들에게 노출되는 것 또한 선별적 정보이기에 스타를 사랑하는 팬들의 확증편향과 동기화된 추론이 또다시 작용할 수 있는 기제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타의 진실된 정보와 거짓사이에서, 진실을 구별하기 힘든 모호한 부분, 위험성이 있다는 것 또한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정보를 평가할 때 마음속에 일어날 수 있는 내적 작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선 이해되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적으로 오정보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가기를 멈출 수는 없다. 최근에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역량 측정에서도 책임과 권리 부분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진실을 찾고, 오정보와 사실을 구별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용기있게 진실과 마주하여 자신이 사실이기를 희망하는 메시지가 아닌, 비판적으로 검증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우리 각자가 이행해 나가야 할 책임일 것이다. 우리가 단지 마음의 위안이나 환상을 따라 좇아가는 것이 아닌 합리성을 따라 반응할 수 있도록... 

 

 


 

이 글은 2023년 젠더·어펙트연구소 연속 콜로키움 <젠더스피어: 젠더적 정동장으로서의 온라인 문화를 탐색하다>의 다섯 번째 강연(이진하, <오정보에 대응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전략>, 2023년 8월 17일)에 대한 리뷰입니다. <젠더스피어> 상반기 프로그램 및 일정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genderaffect.net/15/?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4692528&t=board

 

2023년 젠더·어펙트연구소 연속 콜로키움 <젠더스피어: 젠더적 정동장으로서의 온라인 문화를

젠더·어펙트연구소의 2023년 연속 콜로키움"젠더스피어: 젠더적 정동장으로서의 온라인 문화를 탐색하다"는온라인에서의 정동을 젠더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담론과 콘텐츠 사례분석을 통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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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일본 근현대문학 전공. 

특히 전쟁문학과 식민지 문화를 내셔널리즘과 젠더를 테마로 해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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