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라는 정동과 길고양이 학대 (이지현)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 회원들이 서울시 마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 채로 고양이를 불태우고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동물학대범에 대해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길고양이 혐오 담론과 문화는 최근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형태로 퍼져 새로운 인터넷 놀이 문화의 하나가 되었고, 혐오는 어느새 인터넷상의 지배적 정동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동물 혐오가 특정 집단에 국한된 문제적 정동이 아니라, 배제의 논리를 작동시키는 폭력적 문화로서 다수에게 확산되는 정동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면에 존재하는 혐오 정동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러한 동물 학대는 고양이 뿐 아니라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에 대한 혐오를 수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고양이와 캣맘에게 물리적 정신적 위해를 가하면서 캣맘을 향한 성적 조롱과 폭언, 폭행 등의 성차별적 행위로 혐오적 정동을 확산시켜 나갑니다.

 

강연자인 이진 선생님은 이러한 온라인 동물 학대 범죄 문화의 원인으로, 길고양이 혐오 행위가 오늘날 양성 평등 움직임에 따른 남성성의 위기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발생한 여성혐오의 일환으로 발현했다는 측면을 지적하고, 또한 동물 학대 및 여성 혐오현상이 헤게모니 남성성 구성과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혐오 정동은 동물 뿐 아니라 점차 다른 대상으로 확산되어 배제와 혐오의 정동을 파생시키고 있는 만큼 이러한 행위는 일부 제한된 소수의 범죄로만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배제와 폭력은 익명성을 통해 보다 심화된 폭력으로 발현되어가기도 하고, 여성을 포함한 기존의 남성 지배적 위치를 위협하는 모든 소수자들,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동물에게까지 위해를 가하는 범죄문화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특히 남초 커뮤니티에서 캣맘들의 신체 외모에 따라, 특정 기준의 성적 어필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기면서 혐오와 조롱을 이어가는 현상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함으로 과거 가부장제에서 ‘남성’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었던 남성 지배적 위치를 인터넷상에서 일시적으로나마 되돌리고자 하는 젠더 차별적 행위와 깊게 연관되어 있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물론 윤보라 선생님의 지적과도 같이 길고양이, 캣맘에 대한 혐오에는 젊은 여성 뿐 아니라 중년 여성과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탈정치현상, 냉소주의, 능력주의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여 보다 복잡한 맥락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혐오라는 정동이 존재의 취약성, 정체성 위협을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지 노출시킨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길고양이 학대 행위에서 여성 인권가시성에 대한 남성성의 위기의식이 복합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지점을 지적한 이진 선생님의 논의는, 약자 혐오를 일으키는 사회 문화적 배경과 남성들의 자기 불안의 지점을 다시 고찰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고 보여집니다. 

 

이러한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까요. 예전에는 음지에서 은밀히 공유되던 폭력적 혐오 담론이 양지로 나타나면서 혐오는 갈수록 일반화되어 무의식에까지 자리하기에, 우리는 이를 보다 예민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물 학대 행위 너머에 존재하는 극단적 억압과 배제의 서사와 혐오라는 폭력적 정동,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불안한 정체성과 상실의 공포...혐오를 추동하여 확산하는 힘에 대한 다각적 사유와 대항적 실천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이 글은 2023년 젠더·어펙트연구소 연속 콜로키움 <젠더스피어: 젠더적 정동장으로서의 온라인 문화를 탐색하다>의 여섯 번째 강연(이진, <인터넷 놀이 범죄 문화로서의 동물학대, 그리고 여성 혐오>, 2023년 9월 21일)에 대한 리뷰입니다. <젠더스피어> 하반기 프로그램 및 일정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s://genderaffect.net/15/?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253052&t=board

 

2023년 젠더·어펙트연구소 연속 콜로키움 <젠더스피어: 젠더적 정동장으로서의 온라인 문화를 탐

젠더·어펙트연구소의 2023년 연속콜로키움 <젠더스피어: 젠더적 정동장으로서의 온라인 문화를 탐색하다>의 하반기 프로그램을 2023년 9월 21일부터 매달 한차례씩 진행합니다.기술 발전으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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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일본근현대문학, 일본문화 전공. 

특히 전쟁문학과 식민지 문화를 내셔널리즘과 젠더를 테마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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