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AAS in Asia 2024(이하, AAS) 개최 소식을 확인하고 젠더·어펙트연구소에서는 2개의 패널을 구성하기로 결정하였다. 패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발표자를 물색하면서 동시에 일정과 의사를 여쭙고,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들의 의제를 종합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패널 신청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여러 연구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의제를 종합해 패널 제안서를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권명아 선생님은 연구소의 김대성 선생님과 해외 연구자인 송창주, 양인실, 요시다 유타카 선생님과 함께 Affective Geography, Racialized History and Queer Asia 패널을 구성하여 발표를 신청하셨다. 이 패널에서는 권명아 선생님의 Becoming the Tig..
4. 다시 來人comer, people이 people 하다 TV 프로그램 에서 ‘코쿤이 코쿤했다’는 한 고등학생의 감탄사가 유행이 되어 떠돌았다. 래퍼 코드쿤스트의 비트에 대한 리스펙이자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능력을 찬양하는 표현이었다. 이를 빌려 써본다. people이 people 한다. 연구모임 의 잠정적인 해체를 기억한다. 공동체가 해체된 경험, 조직의 구성원이 어떤 종류의 상실을 겪고 사라진 일, 누구의 잘못도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잘못이라고도 할 수 없는, 반복되는 공동체의 우울을 기억한다. 동시에 젠더·어펙트연구소로의 접속! 소진해버렸다 생각했는데 체급을 올려(?) 다시 만났을 때의 경의(驚疑)를 기억한다. 모든 뒤바뀜 속에서 여전히 지독하게 ‘함께’인 권명아 선생님을 비롯..
전임연구원인 이지행 선생님이 프레시안에 연재 중인 K팝 칼럼을 소개합니다. 팬 행동주의(fan activism)의 현장을 살피며 “쓸데없는 짓”으로 폄훼되곤 하는 이들의 실천에서 새로운 정동 경제의 양상과 대항담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글입니다. 올해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네 번째 강좌였던 과도 이어지는 논의이니 웹진에 발표된 리뷰글(움직이고 접속하고 주장하며 변하는, ‘팬덤’이라는 몸들)과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102009552504597 BTS 알리려 가사 번역하면 쓸데없는 짓? '그들'은 모른다 가수 이승윤의 팬들이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 (감독 권하정, 김아현)가 지난 9월 개봉해 현재까지 ..
2. 몸에도 번역이 필요하다 의 배우로 선 지 10년이 지나 그 무대를 기록된 영상으로 다시 보았을 때 재기억되고 재구성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당시에 아무리 말해도 내 안에서만 맴도는 말이란 것을 뱉고, 그럼에도 당신이 있기에 비명처럼 내지를 수 있는 말이란 것을 뱉었다. 대본에 쓰인 나의 말은 추후에 납득/변명/투쟁할 말, 나 이전에 독립된 말, 올바르게 틀려야 할 말, 당신/우리/세계의 말이었다. 무엇을 이해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투쟁하듯 대사를 뱉았을까. 극단 새벽의 연습실에서 어떤 몸을 표현하려고 밤새 연습했을까. 아기부터 노인의 몸, 몸의 시간성을 넘어 물고기의 몸을 상상하면서 내 몸에 입혔다. 땅을 딛고 서 있는 발부터 머리까지 몸을 새로이 감각하면서 발, 다리, 엉덩이, 가슴, 머리에 따로 감..
0. 몸:차림(此, 次) 이 글은 ‘대안’의 몸이 되어야 했던 자기 경험을 분석 대상으로 삼기에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이자 대학의 안팎에서 자생한 대안 연구모임 아프콤(aff-com)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몸:쓰기(bodily:writing)에 대한 비평이다. 이때의 몸은 지금, 여기 있음의 몸이자 몸과 몸이 계속해서 부대끼고 ‘접속’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몸이다. 대학에 입학한 2012년 무용학과가 폐지되고 졸업할 무렵인 2016년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가 통폐합되었다. 지역에서 예술과 문학을 한다는 것은 대학에 들어서자마자 ‘살려주세요.’, ‘짓밟힌 꿈’이 적힌 전단지를 받는 일이었다.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꿈의 자리가 위협 받고 안심할 수 없는 마음이 대학 내내 이..
불가해한 세계에 덧붙이는 개성적 주석 : 정동적 읽기-쓰기의 양상들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의 영화가 어느덧 ‘옛날’ 영화라고 통칭되는 오늘이지만, 그 명명이 주는 섭섭함과 애틋함, 이상스런 마음들은 저마다 다른 질감으로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그때의 멋지고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영화들은 누군가에게는 세월을 무화시키는 수작으로, 누군가에게는 낯 뜨거운 촌스러움으로, 또 다른 이들에게는 계속해서 비평을 덧붙일 수 있는 의미심장한 텍스트로 남겨져 있을 듯하다. 내게는 〈제리 맥과이어〉(1996)가 이 세 가지 느낌들이 어우러진 영화로 떠오른다. 물질적 가치와 관계의 소중함을 대립시키고 주인공 제리의 ‘인간다움’으로부터 우리 삶을 재정립하게 하는 영화의 내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시창’의 쓰라림을 다소간..
이상한(queer) 생태 ⏤퀴어, 자립, 독립 1 2013년 8월의 어느 저녁, 부산 남구 대연동 재개발지구에 사람들이 모였다. 나는 백무산의 시집 『그 모든 가장자리』(창비, 2012)에서 몇 편의 시를 추려 그날의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건넸고 시를 건네 받은 이들은 오래된 선풍기 곁에서 각자의 목소리로 천천히 낭독했다. 시 낭독과 함께 우리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시에 관한 것은 아니었고 조금은 엉뚱하고 쓸모를 찾을 수 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백수들의 유쾌한 실험실’이라 자신을 명명했던 이상하고 특이했던 모임, 은 2013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도시재개발로 인해 퇴거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재(능)계발’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변주해 하고 싶은 작당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한달간 주변 사..
임계(臨界)와 음계(音階) “우리가 미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유머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소설가가 가장 좋아한다던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의 이 문장은, 한동안 그리고 여전히 미치기 직전마다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이 문장을 떠올렸고, 이제는 이 문장이 떠오릅니다. 유머 비슷한 것을 주워 삼키거나 내뱉을 때, 내가 지금 미치기 직전인가를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볼라뇨의 문장으로 인해 괜히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되었고, 이제는 볼라뇨의 문장과 함께 떠오르는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도’를 지나쳐 ‘미’치기 직전, 나(너)는 ‘레’”라는 너스레입니다. 여기에서 계이름 ‘레’는 ‘도’에서 ‘미’를 향하는 정동적 전이의 상태를 나타내는 기호로서 도입되어 있고, 이 상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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