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職)’이라는 자리, ‘업(業)’이라는 행위 ‘4차 산업혁명’이 삶과 기술의 짜임관계를 바꾸어가고 있다. 그 관계 사이에서 촉발되는 것이 정동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동시대 정동 정치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고, 개입해야 하는 중요한 입각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국가의 ‘명운’과 ‘사활’을 좌우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면, 이는 생명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의 삶과 죽음, 그리고 생활은 기술을 통해 매개되고, 그 기술은 생체매개를 통해 정동을 촉발하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보장되는 미래를 향한 정동 정치의 약속이 역사적 제 국면마다 그 유효함을 꾸준히 발휘해왔음을 상기한다면, 오늘날의 ‘혁명적’ 정동이 전례가 없는 현상만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
전세계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가장 고전하는 곳은 어디일까? 현대 대중문화의 문화적 보편이자 우세종인 할리우드 영화가 못 뚫고 들어가는 곳은 없다가 정답에 가깝겠지만, 그나마 가장 강력한 대안 영상문화를 보유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라는 것이 세간의 인식이다. 특히 인도는 매해 1천편 이상의 영화를 만드는 유일한 나라로, 스크린 쿼터 없이도 자국영화 점유율 80%가 넘는 어마어마한 자국영화 충성도를 보여주는 ‘발리우드’의 본고장이다. 이러한 인도의 자국 문화 중심성과 인도내 영어권 문화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 한류가 아시아 대륙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도, 인도는 좀처럼 한류 진입이 어려운 곳으로 여겨졌다. 그런 인도에서 지난 팬데믹 이후 한류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졌다는 분석이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여 출시한 하이퍼FPS 게임 “오버워치”시리즈에는 다종다양한 몸들이 등장합니다. 단련된 근육으로 중화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여성, 왜소증을 지닌 노년의 남성, 과거 높은 전공을 올렸던 노년의 군인들, 신체의 대부분을 보철물로 대체한 사이보그,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 신체에 이르기까지 젠더 뿐만 아니라 인종, 연령, 성적 지향에 이르기까지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이런 몸들은 한국시장을 겨냥한 한국의 게임사 작품들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23년 11월 23일, 젠더스피어 8회차 콜로키움에서는 김수아 선생님을 모시고 이란 주제로 강연을 청해 들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엄혜진 선생님의 토론 내용에 더하여 한국 게임사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초점을 맞춘..
자오 펑 첸지의 발표 는 2019년 12월부터 최근까지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젠더와 권력의 렌즈에 초점을 맞춰 중국의 코로나 19 팬데믹을 조사하는 프로젝트에 몰두해 개인, 정부, 페미니스트 운동, 미디어의 온라인 담론과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자오는 페미니스트적 자아에 동기부여 되어 검열과 인식론적 지배에 저항하기 위해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인의 경험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과정 속에서 가부장적 담론과 페미니즘 담론을 나란히 병치하여 놓고, 개인의 이야기를 면밀히 살피며 사회 주변부의 목소리를 함께 살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한 온라인 연구에 따르는 방법론적 윤리적 복잡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 경험을 통해 전통적인 학술교육에서는 거의 탐구되지 않..
전임연구원인 이지행 선생님이 프레시안에 연재 중인 K팝 칼럼을 소개합니다. 팬 행동주의(fan activism)의 현장을 살피며 “쓸데없는 짓”으로 폄훼되곤 하는 이들의 실천에서 새로운 정동 경제의 양상과 대항담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글입니다. 올해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네 번째 강좌였던 과도 이어지는 논의이니 웹진에 발표된 리뷰글(움직이고 접속하고 주장하며 변하는, ‘팬덤’이라는 몸들)과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102009552504597 BTS 알리려 가사 번역하면 쓸데없는 짓? '그들'은 모른다 가수 이승윤의 팬들이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 (감독 권하정, 김아현)가 지난 9월 개봉해 현재까지 ..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길고양이 혐오 담론과 문화는 최근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형태로 퍼져 새로운 인터넷 놀이 문화의 하나가 되었고, 혐오는 어느새 인터넷상의 지배적 정동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동물 혐오가 특정 집단에 국한된 문제적 정동이 아니라, 배제의 논리를 작동시키는 폭력적 문화로서 다수에게 확산되는 정동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면에 존재하는 혐오 정동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러한 동물 학대는 고양이 뿐 아니라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에 대한 혐오를 수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고양이와 캣맘에게 물리적 정신적 위해를 가하면서 캣맘을 향한 성적 조롱과 폭언, 폭행 등의 성차별적 행위로 혐오적 정동을 확산시켜 나갑니다. 강연자인..
현대 사회에서 여러 매체를 통한 흥미롭고 또 자극적인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는 가운데, 나는 얼마나 진실과 오정보를 구별하고, 또 비판적으로 사고하여 분별하고 있을까? 오정보 문제는 인류 역사상 꾸준히 있어왔던 문제이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여러 사회관계망이 출현하면서 오정보에 의한 폐해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만 있다. 정보의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래거시 미디어 대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같은 SNS 등이 정보 습득의 유용한 수단이 되었고, 때로 그 영향력은 래거시 미디어를 넘어서고 있는 듯 보인다. 그 가운데 오정보로 인해서 분열, 갈등 전쟁 양극화 환경 문제 등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결과를 야기시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음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이진하 선생님은..
‘팬덤’은 움직인다. 주장하고 개입하며 변화를 요구한다. 미디어-네트워크를 따라 어느 곳에서라도 나타나 연결되고 접속하며 흐름을 만들어 다른 것이 되어 간다. 어떻게 나타나 무엇을 요구하고 행동할 지 예측이 어렵고 모습을 달리해 출현하는 팬덤에 대해 이지행은 (연속콜로키엄 ‘젠더스피어’ 4회)에서 “문화적 유대로 형성된 팬덤 공동체를 인터넷 담론 공중이자 정치적 시민으로 간주하고, 문화정치를 포함해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폭넓은 형태의 팬덤 실천을 ‘팬 행동주의(fan activism)’로 정의”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케이팝 팬덤이 ‘행동주의’, ‘능동적 소비자’, ‘정치적 시민’, ‘시민성을 지닌 대중’이라는 자장을 형성해나가는 양상을 살피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변화 속에서 형성되었기에..
여전히 화면보다 종이 위에 쓰인 글이 읽기 편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날로그 세대다. 그런 나에게 웹소설은 너무 낯선 세계이지만, 댓글과 SNS, 커뮤니티에 남긴 짧은 글을 통해 독자들이 직접 개입하며 이야기의 전개를 바꿔놓고 있다는 쌍방향적인 웹소설의 세계는 무척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독자들의 시시콜콜한 비평이 즉각적으로 작가에게 전해지는 세계에서 웹소설은 단지 작가의 욕망만을 담지 않는다. 독자의 취향과 욕구, 수익을 창출하려는 플랫폼의 치밀한 계산과 인기 있는 서사의 구축을 통해 자기 세계를 펼치고자 하는 작가라는 세 주체가 만나는 장으로서 웹소설의 세계는 서로의 욕망이 만나 충돌하고 타협하는 정동적 공간이다. 이런 서로 다른 주체들의 마주침에 주목하면서 안상원 선생님은 웹소설의 ‘여성적 장르’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스트리밍 산업에서는 스트리머들에게 ‘공정’해보이는 조건을 내걸어 다양한 보상을 제안하곤 합니다. 스트리밍 시간 기준은 물론이고 높은 수준의 영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조회수, 구독자수, 댓글수, 시청자수 같은 수치는 일견 공정해보입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해야 하는 개인이 처한 환경과 위치는 각기 다르며, 그에 따라 같은 수치를 확보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스트리밍도 달라집니다. 공정해보이는 수치 경쟁은 한편에서는 과잉 경쟁을 유도하면서도, 이면에서는 불공정한 평가의 기준과 출발점의 차이를 지워버립니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역시 “개인의 자발성과 노력에 따른 성취”라는 수식은 능력주의의 수사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의 성취에 따른 보상은 막대합니다. 예컨대 화질 선택, VOD보관 기..
1. 게임의 혐오와 게임에 대한 혐오의 뒤얽힘 1편이 혐오스러운 세상에서 사랑을 찾는 과정이었다면, 2편은 반대로 사랑을 잃음으로써 혐오를 탐색하는 과정 시리즈에 대해 김성윤은 이 시리즈에 대해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소 거친 대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1편’과 ‘2편’의 연속과 단절이 선명하게 부각되는 진술입니다. 인터랙티브 무비(interactive movie)로도 볼 수 있는 어드벤처 액션 게임 는 그 자체로도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지만, 게임 그 자체에 대한 평가도 드라마틱했습니다. 2013년에 발표된 ‘1편’의 호평과 흥행에 이어, 2020년에 발표된 ‘2편’에는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으로 상징되는 극찬과 동시에 ‘혐오’의 정동이 들러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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