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소개글 : 아직 아닌 것들의 아카이브 (김대성)

 

지금 흘러내리고 있는 이것,
지금 들러붙은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눈물은 흘러내리지만 곧장 얼굴에 들러붙어버리고, 분노는 위로 솟구칠 뿐 바깥으로 나가질 못하고 안에서 들끓기만 한다. 하지만 눈물은 누군가를 울리고 분노는 어느새 들불처럼 번진다. 바람을 타고 번지는 것들, 몸을 통해 전해지는 것들은 너무나 명료하고 자명하지만 ‘정동하고 정동되는’ 그 몸들을 부를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다는 건 머물 곳이 없다는 것이다. 머물 곳이 없기에 모일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이름 없는 그것들은 잠깐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웹진 <젠더·어펙트>에선 이 이름 없는 것들이 잠시나마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직 부르지 않은 이름, 아직 쓰이지 않은 글이 머물 수 있는 대합실을 ‘아직 아닌 것들의 아카이브’라고 불러보고 싶다. 참고문헌이 없는 이들의 목소리로 만드는 아카이브. 누구도 쓰지 않았지만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하는 글과 목소리를 이곳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주어진 역할을 거부하고 분위기를 깨는(killjoy) 이들, 매번 쫓겨나지만 끈질기고(persistent) 고집스럽게(willful) 버텨내며 살아남은 이들이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약속 장소가 무엇보다 우리에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대성

 

웹진 <젠더·어펙트> 편집위원. 대학에서는 강의 노동자로 일하고 있고, 때론 집필 노동자로, 부산의 문화예술 장에선 기획 노동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피소의 문학』(갈무리, 2019)와 『무한한 하나』(산지니, 2016)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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