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복한 자들의 얼어붙은 서사 ‘박복(薄福)하다’는 말이 있다. 이때 ‘복이 없다’는 ‘팔자가 사납다’는 의미로 드러나기도 한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 한 평생에 걸쳐, 끈덕지게 들러붙는 이 불운은 족쇄에 가깝다. 그저 복이 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삶 전체를 불행한 것으로, 그 불행을 운명이자 숙명처럼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말이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은 주술처럼 말해지고, 옮겨지고, 들러붙어 팔자가 사나운 ‘사람’이 된다. “정면이 아니라 바닥을 보며 걷고”, “둥글고 작아지는 절망의 자세”를 가졌으며, “아무리 친밀한 사람이 생겨도 미리 관계의 끝을 상정하는 작은 마음”은 ‘팔자 사납다’라는 말이 힘을 가져 만든 몸들이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그늘져 보인다는 것은, 박복한 팔자가 왠지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