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늘은 평온했다. 늦잠을 잤고, 밥을 챙겨 먹었으며, 더울 땐 에어컨을 켰다. 늦은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카페에 나와 맛있는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었고, 지금은 이렇게 리뷰를 쓴다. 나의 오늘은 아직도 평온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덥고 습한 날씨를 견디며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를 두고 싸우는, 평온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는 노조를 만들었단 이유로,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겠다는 사측에 동의하지 않았단 이유로, 정리해고에 맞섰다는 이유로 쫓겨났던 일터를 되찾기 위해 오늘 이 시간에도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의 일상은 이리도 평온한데, 저 사람들의 일상은 왜 평온하지 않을까. 왜 그토록 고생하며 싸우고 있는 것일까. 앞이 보이지 않는, 너무 오래 싸워 와서 이제는 뒤를 돌아봐도 ..
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던 이유는 단 하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딸이 어떻게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끝까지 글을 썼을까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수전 팔루디’가 잘 알려진 페미니스트이자 집요함과 치밀함으로 찬사를 받았던 의 저자이며 인터뷰의 대상이었던 아버지가 ‘트랜스젠더’라는 부분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을 테지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주요한 이유는 아니었다. 이 번역되어 출판되었을 즈음, 나는 정치적 갈등으로 아버지와 1년 반 정도 대화를 중단한 상태였고, 그 상태를 바꿔보기 위해 아버지에게 드리는 글을 묶어 책자로 출간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과 비교해 두께도 형편없이 얇고, 끈질긴 인터뷰(사실 아버지와 대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터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도 없었으며, 그저 아버지에게 드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