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은 있었는가? 세대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여성은 장소 불문, 성애화된 대상으로 박제된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으로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증언에 따르면, 수납을 하는 동안 남자가 자신의 손가락으로 여성 노동자의 손바닥을 긁거나, 한참을 쳐다보며 바지를 내리기도 했단다. 도시 가스 점검원들 역시 일을 하면서 고충은 남성들의 성적 시선이라고 했다. 혼자 있는 집에 팬티 바람으로 문을 열어주거나, 밤에 오라고 하면서 남자 혼자 있는 집인데 괜찮냐고 희롱하는 일은 다반사이다. 여성의 안전은 어디에서든 위협받고, 몸의 경계는 침범받는다. 성희롱, 폭언, 폭력 등의 일상적인 위험은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일이고 애교를 섞어 부드러운 방식으로 무안하지 않게 대처..
진화하고 갱신하는 페미니즘 “나는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인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표지를 보고 제목의 빈칸에 어느 순간을 채울지 고민해볼 것이다.”(지홍님) 많은 분들이 빈칸을 채워보았다고 했다. 각자의 페미니스트 각성의 순간부터, 견뎌낼 수 있는 임계치가 넘쳐버려 모든 것을 때려치운 순간까지, 그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좋아한다. 이 책의 독자들이 자신이 각성하고 움직인 순간, 말하고 행동한 것을 기록한 걸 읽을 때만큼 즐거운 순간은 없다. 박혜리님은 자신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를 적어주었다.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며 그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다가, 모든 여자가 그런 건 아니라고 항변하다가, 남성이 규정하는/규정할 수 있는 여성은 없다로 옮겨가게 되었다”는 설명은 탁월했다. 이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