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주침과 연결의 흔적을 좇는 이야기들 누구든지, 어디에나 꼭 맞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매일같이 오가는 일터나 학교에서, 우리가 친숙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자주 만나는 친한 사람들과 가족에게서, 그리고 우리와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은 우리의 신체로부터 종종 낯설고 어렵고 감당하기 힘든 타자로서의 자기를 발견한다. 이러한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 온전히 인정받거나 이해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은 우리에게 누구와도,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근원적인 소외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지치지도 않고 누군가와, 무언가와 연결되려 한다. 타자에 대한 이해, 글쓰기를 자신의 소설세계로 정립해온 작가 조해진에게 이러한 ‘연결’의 문제는 이야기의 요체가 될 수밖에 없다. 대표작 『로..
절실함 . 우선 이 책의 제목에 대해 ‘해명’하고 싶다. 오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강하고 튀는 이미지는 기본. 낚시성 제목 아니냐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나는 지난 15년간 한 출판사하고만 작업해왔다. 편집자 선생님이 엄격하셔서, 제목을 정하는데 대단히 신중하시다. 나로서는 책 출간 자체에 대한 자책감이 있는데다(“종이 낭비, 나무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까”), ‘책이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허위의식이 있어서, 노골적인 제목은 민망하다. 대부분 내 책의 제목은 내가 쓴 문장에서 그대로 가져온다. 책 내용 중에서 고른다. 이 제목은 앞뒤 문장을 빼고 제목 부분만 가져와서 그렇지, 뜻은 글자 그대로이다. 나는 정말, 단지, 오로지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
좋은 글과 좋은 사람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쓴 글’과 ‘글쓴이의 인간성’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배우들이 종종 하는 언급, “좋은 배우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 역시, 비슷한 논쟁거리다. 김혜수 배우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적절한 ‘답’이 아닌가 싶다. “배우(俳優)라는 단어를 보세요. ‘배’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잖아요.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어야 하는 존재가 배우에요. 그래서 배우가 어려운 직업인 것 같아요” 내가 이해한 그녀의 말의 의미는 ‘한 인간의 본질이란 없고, 배우는 여러 사람으로 변신해야 한다’이다. 글쓴이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배우가 했던 이전에 역할과 다음 작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