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사장의 실종 소식은 사흘 후였다. 강대표와 사이가 소원해졌으니 오지 않는 것뿐이라 짐작했는데, 성애는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 식당 주차장에 미끄러져 들어오는 경찰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따금 파출소 사람들이 늦은 점심을 먹으러 들르곤 했으니 밥 손님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함께 온 둘은 테이블에 앉고 장경사가 강대표를 찾았다. 그는 마을 주민들의 가정사까지 모두 꿰고 있는 토박이였다. 이틀째 조 사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낚시 가게에서 오후에만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용태가 연락이 닿질 않는다고 했다. 조 사장 동생 번호를 물었지만, 강대표는 퉁명스러운 입매로 고개만 비틀었다. “조 사장 동생 번호? 아마 가도 번호를 새로 바깠을 낀데… 그 병원 사건 땜시 그란다지 ..
이상한(queer) 생태 ⏤퀴어, 자립, 독립 1 2013년 8월의 어느 저녁, 부산 남구 대연동 재개발지구에 사람들이 모였다. 나는 백무산의 시집 『그 모든 가장자리』(창비, 2012)에서 몇 편의 시를 추려 그날의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건넸고 시를 건네 받은 이들은 오래된 선풍기 곁에서 각자의 목소리로 천천히 낭독했다. 시 낭독과 함께 우리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시에 관한 것은 아니었고 조금은 엉뚱하고 쓸모를 찾을 수 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백수들의 유쾌한 실험실’이라 자신을 명명했던 이상하고 특이했던 모임, 은 2013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도시재개발로 인해 퇴거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재(능)계발’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변주해 하고 싶은 작당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한달간 주변 사..
매일 매일 참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지나가고 또 머문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익숙한 위험이 되었고, 그것이 바꾸어놓은 노동과 교육과 사회적 관계들은 새로운 정상이 되어가고 있다. 폭우와 폭염을 오가는, 더 이상 ‘날씨’라 부르기도 뭣한,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자연이 아닌 인간이 쌓아올린 재해의 산물이 세상 곳곳의 약한 자들을 치고 지나간다. 촛불광장과 ‘적폐청산’의 외침 속에 탄생한 정권은 결국 자녀교육과 부동산이라는 오래된 계층재생산 함수 앞에서, 그리고 젠더평등이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어쩌면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에, 누군가의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구경거리가 되는 시대에, 그리도 또 많은 이들이 각자의 분석과 진단과 비판으로 미디어와 지면을 채우는 시대에, 페미니..
2014년 ‘타임’은 미국사회에 “트랜스젠더 티핑 포인트가 도래했다”고 팡파레를 울렸다. 2013년 미국 대법원이 이성애 결혼만을 인정하는 ‘결혼보호법’에 위헌 판결을 내리고 동성결혼 합법화의 길이 열리자 “이제 트랜스젠더 이슈가 시민권 논의의 최첨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서 2015년 7월 케이틀린 제너가 ‘배니티페어’ 표지를 장식했고, 버락 오바마 재선 캠프에선 트랜스젠더 인권을 캠페인의 주요 의제로 삼았다. 그래서 상황이 정말 나아졌을까. 2014년 미국에서는 성적지향이나 트랜스젠더 정체성에 대한 혐오범죄가 1017건 보고되었고, 2015년에는 어느 해보다 더 많은 트랜스 여성이 살해당했다고 기록되었다. 수전 팔루디가 『다크룸』에서 미디어가 트랜스젠더를 다루는 방식을 비판하면서 “이런 팡파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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