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wave)와 파동(affect)⏤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와의 대화 (2부)

파도(wave)와 파동(affect)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와의 대화 (2부)

 

 

일시 : 2020. 09. 15.(화)

장소 : 부산 중앙동 ‘좋은차’

참석자 : 성송이(씨네소파 대표)

             최예지(씨네소파 이사)

             김대성(웹진 <젠더・어펙트> 편집위원 / 문학평론가)

 

 

‘운동’이 아니라 ‘직장’입니다

 

 

김대성 : 독립영화배급이라는 좁고 험난한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동력을 씨네소파의 마음에서만이 아니라 노동환경에서 찾아보고 싶습니다. 마음이 없다면 길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마음만 요구한다면 금세 소진되고 고갈될 것이 뻔하겠죠. 씨네소파는 청년이라는 세대성을 부각하거나 운동이라는 대의를 내세운 적이 없는데요,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을 문제 삼아 슬로건으로 삼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청년과 지역이라는 프레임으로 씨네소파를 바라보는 건 자연스럽고, 또 그림이 됩니다. 그럴듯한 그림은 미디어에 보기 좋게 소개되겠지만, 이내 소비되고 말 뿐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지역이라는 주변부, 비주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여정. 문화예술계의 열악함 3대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조건에서 힘 있게 꺼내들 수 있는 카드인 청년운동지역을 내세우지 않는 경우는 참으로 드물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징징대지 않고, ‘오구오구우쭈쭈를 요구하지도 않으며, 주변을 끌어내리는 물귀신 작전과도 거리를 두면서 씨네소파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영화를 매개로 친구들과 재밌게 일하기를 씨네소파의 목표로 내세웠던 것을 기억합니다. 착취하지 않고, 착취당하지 않는 직장 환경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씨네소파가 견지해왔던 태도나 가동했던 프로그램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성과로 가시화할 순 없지만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이 내부환경을 구축해나간 행보 안에 독립영화배급이라는 생태계의 자양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대하게 됩니다. [각주:1]

 

최예지 : 저희 씨네소파의 ‘자랑스러운’ 시스템을 말씀드리자면, 최근에 쏭쏭이 칼럼에 적었던 것 같은데, 우선 급여방식이 시급이나 월급의 형식이 아니라 우선 타 지역에서 온 구성원은 월세 지원을 하고 있어요.[각주:2] 임금 외의 비용을 지급하는 것에 관해선 예전에 글로벌한 웹 회사였던 것 같은데, 그 회사가 전세계에 직원들이 분포해 있는데, 세계마다 물가가 다르고 양육 가족의 숫자도 달라서 그런 부분에 맞춰서 임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성송이 대표가 제안해주기도 했고, 저희도 평등한 분배가 뭔지를 생각해보았을 때 형식적인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평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게 여긴 연고라고 할 만한 게 전혀 없지만 살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조건을 만들어주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또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만들어졌던 시스템도 있어요. 물론 효율적인 시스템이 자기착취적인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꼭 근무처에 나와 있기보다는 내가 맡은 일을 하면 된다는 게 중요한 것이어서 월~목요일, 11시부터 4시까지는 의무 근무시간으로 해서 그때는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고 그 외의 시간들은 자유롭게 자기 할 일을 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초창기 멤버 4명이 친구 관계였기 때문에 그렇게 시작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고. 그 후에 저희 둘이서 운영했던 시간 속에서 회사 운영에 관해 여러 가지 실험들을 해볼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도 들어요.

 

성송이 : 저희가 배급도 보편 매뉴얼대로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근무나 회사 운영 등에 관해서만큼은 일반적으로 해야 되는데, 그런 것도 너무 싫어하고 있어서, 내부적으로 더 힘든 것 같긴 해요. 밖에서 보면 배급을 안 하고 있을 땐 별로 하는 게 없어 보이는데, 늘 업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궁리를 하고 있거든요. 관련 폴더들도 분류를 해야겠다 싶어서 나눠본 적이 있는데, 거의 대기업, 중견기업 수준으로 해놓는 강도였어요. 체계화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급여 지급 방식도 배려라기보다는 공정함에 더 가까울 것 같은데, 지금 사회가 말하는 공정은 정확하게 뭘 말하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고, 여기서 이 일을 주축으로 하면서 사람이 생존하려면 생존할 수 있는 비용을 이 일을 통해서 얻을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공정을 바탕을 둔 운영체제를 마음처럼 다하고 있지는 못해요. 구성원 중에 월세를 내야 하는 인원이 있다면 월세도 주고 싶고, 건강 지원금도 지금은 만원 밖에 지원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사람이 운동을 위해 드는 비용을 증빙하면 그 비용을 지원해주고도 싶고, 교통비까지 그렇게 하고 싶은 거죠.

우리가 생각했을 때 필수적인 것들에 대한 항목이 더 있었어요. 그리고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럴 형편은 안돼서… 일단 정규직이라는 기준으로 시행하고는 있는데,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시행은 못하고 있지만 여유가 되면 그런 식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착취에 관해선, 사실 저희 둘은 워낙 서로를 많이 착취하고 있어서 씨네소파엔 착취(?)가 없다고 말하는 게 조금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2017년에 우리가 모였을 때,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착취를 당하고 있어서, 진짜 착취하지 말자, 그 당시엔 그런 목표가 당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착취를 하게 되는 어떤 메커니즘 중에 결국에는 시간이 없고, 돈이 없고,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시간 없고 돈 없는 게 모든 잘못을 다 커버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번 프로젝트는 너무 촉박했다거나, 돈이 없었다와 같은 이유가 만성적으로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씨네소파를 하면서 보니까 돈이 있고, 시간 있고, 사람 있는 프로젝트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우리가 가진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을 좀 하는 편이고, 그게 가능할 수 있는 건 예지에게 배울 점이기도 한데, 작업을 끝내고 나면 시간이 없더라도 평가회를 하려고 하거든요. 평가를 하려고 한다고 하기에는 평가를 너무 강하게 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비판일색인 건 아니고 업무적으로, 항목별로 다 나눠서 원래 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어땠고, 그래서 잘된 점, 아쉬운 점 이런 것들을 항목별로 다 평가를 해요. 그런 게 문화예술 하시는 분들이 많이 안 하시는 것 같고, 할 마음도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구요. 근데 강도 높은 평가회를 하면서 저희가 체득하게 되는 것도 있죠. 다음번에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진행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효율성 속에 체계화도 포함이 되고 매뉴얼도 포함되는 거겠죠.

 

김대성 : 말씀하신 그런 매뉴얼들을 좀 얻고 싶네요. 작업이 끝나면 어떤 방식으로 평가회를 할까, 물론 작업에 따라, 혹은 커뮤니티에 따라 그 매뉴얼이 달라지겠지만요. 이런 것도 이야기할 수 있구나, 라는 영역이 분명히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말씀하셨던 만성적인 구조 속에서 정당화하고 넘어가는 것들이 엄청 많기도 하구요. 뭐랄까, 위로받고 싶어 하고,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게 너무 커서 정확하게 봐야 되는 것들을 안 보고 넘겨버려서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도 있으니까요. 평가회를 통해서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오류를 바로 잡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는 단서들을 찾아내는 거잖아요. 그런 평가회나 비평문화가 문화예술단체에 부족한 것 같아요.

 

최예지 : 자주 듣는 말이 그 당시엔 어쩔 수 없었다는 건데, 그게 아마추어리즘 같은 것 같이 들려요. 저는 영화배급을 통해서 전문가가 되고 싶거든요. 어떤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표 같은 게 있는데, 대개는 생존만 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라거나, 이 정도면 잘 한 거지와 같은 태도가 조금 지긋지긋하다고 해야 되나. 그렇게 하면 나아지는 게 없잖아요. 십년 넘는 시간동안 그렇게 버티는 게 잘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반항심이랄까, 들기도 하죠.

 

 

실험⏤배급⏤독립⏤우정 : 영화적 합창

 

 

김대성 : 다음 질문에 들어가기 전에, 회사명을 다시 보니 공식 명칭이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네요. 전 늘 독립영화배급협동조합이라고 독립이라는 말을 계속 붙였는데, 아니더라구요. 제가 마이너한 방식으로 포커싱해서 얘기했던 것 같네요. 고쳐두겠습니다.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게 필연적으로 실험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이미 있는 루트는 진입하기가 어렵고 한계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야 하고 어떤 부분들은 개척해야 하는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생태계라고 할까, 우선 인프라가 너무 없기 때문에 노력만으론 안 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씨네소파가 진행한 배급과 관련한 일련의 작업들이 앞에선 ‘선물’이라고 얘기했습니다만, 지역에 있는 여러 작가들과 항상 콜라보를 하시잖아요. 씨네소파가 배급했던 영화들은 배급의 키워드, 배급의 절차, 배급의 아이템을 빼놓고는 생각이 안 될 정도인데, 그런 영향력이 조금 걱정스럽다고 말씀해주시긴 했지만, 한 명의 관객으로서 누가 어떻게 배급하느냐에 따라 영화를 기억하는 방식이 정말 크게 영향을 미치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하기도 했답니다. 영화는 연출 예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씨네소파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보니 여러 면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배급이 영화의 부수적이거나 부분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영화 안에 들어갔다가 다시 영화 밖으로 나와서 관객에게 바톤을 이어주는 영역들을 개척하고 또 새로운 문을 여는 측면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예술가들과 협업을 하고 늘 제작진(감독과 배우)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시잖아요. 배급을 할 때 영화를 만들고 또 연기를 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어떤 식으로든 그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하는 태도가 있는 것 같아요. ‘씨네보배’나 ‘씨네보스’도 항상 자신들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해서 비평이나 인터뷰로 연결되었던 것 같습니다. ‘소파섬’에도 에디터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있잖아요. 배급과 홍보를 할 때 필수적으로 제작 주체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다는 게 단순히 연출자와 배우들을 떠받들어주거나 형식적인 게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배급하는 과정 속에 지역이라는 기반과 그 안의 크고 작은 커뮤니티의 여러 주체들의 목소리가 다 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는 그게 정말 ‘영화적인 합창’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조금 과장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씨네소파의 배급 그 자체가 ‘영화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배급을 하면서 실험했던 것들, 또 배급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 배급을 하면서 익히고 배운 것들, 이를테면 우정이라는 말이 조금 상투적이긴 하지만 어깨동무하는 끈끈한 연대가 아닌 다른 방식의 연대성이 씨네소파의 배급 이력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파란 입이 달린 얼굴>(김수정, 2015/2018 개봉)

 

성송이 : 주변에 있는 예술가랑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는데, 여건상 생각한 만큼은 못 챙기고 있는 측면도 있긴 한데요, 복합적인 측면이 있는데, 영화를 홍보하는 기간은 되게 짧잖아요. 한두 달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콘텐츠가 너무 많이 쏟아지고, 홍보를 위한 홍보가 많은 것도 그 당시엔 아쉬운 점이었어요. 무엇보다 지원사업이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너무 낭비 같기도 해서요. 협업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문화예술 영역에서 일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인 것 같긴 한데, 영화를 매개로 디자이너나 영상 작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잖아요. 그 결과물도 충분히 홍보로 활용이 되고, 그것 자체가 생명력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란 입이 달린 얼굴>(김수정, 2015/2018 개봉)을 배급할 땐, 영상, 사진, 기획, 디자인 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임시적으로 만들었던‘6789’라는 크루에게 영화를 보고 뮤직비디오와 같은 리뷰를 자유롭게 만들어보시라고 의뢰를 했었어요. 영화를 본 뒤의 감상을 홍보에 쓰고 싶다는 마음이 나왔던 것 같아요. 포스터 작업도 저희가 제시하기보다 제작자의 의도나 영화적인 감상을 많이 고려해서 만들려고 해요. 그래선지 저희랑 작업하는 걸 좋아하시죠. (웃음) 그래서 포스터 작업이나 홍보와 관련해서 협력 작업을 할 때 만드신 분들의 노트 같은 것도 꾸준히 챙겨보려고 하고 있어요.

 

최예지 : 두 가지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하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걸 곱씹고 향유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콘텐츠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모두가 주체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기억할 만한 지나침>을 개봉할 땐 주인공의 방을 실제 공간으로 꾸며서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머무는 집’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는데, 그때 연출을 함께 했던 친구와 작업을 하면서 홍보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까지 이 작업을 통해서 각자에게 남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건비와 같은 것뿐만 아니라 이 작업이 자신의 커리어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예술적인 면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제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기본적으론 모두가 주체적일 수 있는 방식을 추구하고 싶어요.

 

<기억할 만한 지나침> (박영임, 2018/2019 개봉), 머무는 집

 

김대성 : 씨네소파에게 배급이 여러 주체들이 모일 수 있고, 또 놀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니 말씀 하신 내용이 씨네소파식의 우정이거나 연대방식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성송이 : 충분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 하고 싶고, 그리고 꼭 부산지역에 있는 분들하고만 하고 싶은 것도 아니거든요. 영화랑 잘 맞는 그런 분들이 있으면 같이 하고 싶네요. 늘 기획은 하지만 돈이 없어서 못 하는 것 중에 거점 도시마다 영화관들이 있잖아요, 그 영화관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주체들을 모아서 행사도 해보고 싶고, 그분들의 커뮤니티 속에서 모더레이터를 한다든지 그 지역에 있는 누군가와 영화가 매개되어서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은데, 문제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죠. 그냥 전문 업체에 포스터 맡기고, 예고편도 업체에 맡기면 굉장히 편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이런 방식은 비효율적이죠. 처음부터 다 같이 세팅해나가야 하니까.

 

최예지 : 어쨌든 같이 하는 사람들이 여럿이잖아요. 극장도 있고 우리가 만나는 관객도 있고, 영화 굿즈를 만들거나 포스터, 예고편을 만들거나 그런 작업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또 그 사람들에게 말을 또 건네는 배급사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김대성 :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중요한 현장에 동석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씨네소파가 부산에 있고, 독립영화를 주로 배급을 하고, 수익이 남지 않고, 열심히 예산을 마련하는 일과 여러 업무가 있어서 배급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다 하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운영과 추진 시스템이 굉장히 잘 정비되어 있고,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작업 속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시도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겁니다. 배급을 통해 각자의 커리어도 만들면서 전문가적인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는 게, 자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작업의 프로세스 속에 체계적인 요소와 장치가 촘촘하게 들어가 있어서 대단한 분들과 지금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웃음)

 

최예지・성송이 : 과분한 말씀이네요.

 

 

<기억할 만한 지나침> (박영임, 2018/2019 개봉)

 

떠남과 머무름

 

 

김대성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씨네소파의 작업 덕에 부산이라는 도시에도 독립영화배급망이 갖추어지고 있지만 유통망은 여전히 서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아직은 상당히 제한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군다나 씨네소파의 활동이 독립영화 배급과 동시에 지역의 독립영화 배급망을 만드는 일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보니 부산을 거점으로 삼는다는 게 배급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라기보다는 제약에 가까워 보이기도 해요. 부산에서 독립영화 배급을 위한 거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매번 부산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는데, 씨네소파의 ‘떠남과 머무름의 감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독립영화를 찾아 나서기 위해서는, 또 그렇게 찾은 영화를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잘 떠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상영이 끝난 뒤에, 다시 또 다른 배급 기획을 진행하기 위해선 머무름의 감각도 가져야 하겠죠. 한편으론 배급이 기다림의 작업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무엇보다 관객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배급이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일을 골자로 하고 있긴 하지만 잘 전하기 위해서라도 잘 머물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떠나는 것과 기다리는 것과 머무르는 것이 배급이라는 작업 속에서 지속하고 있는 왕복운동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독립영화배급망을 만들어가는 여정에서 떠남과 머무름의 경험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고독하고 한편으론 허무함도 있었을 것 같고, 또 다른 한편엔 새로운 목소리를 만나는 기대도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존재들을 배급이라는 방식으로 안내하는 기쁨도 있겠죠? 배급이라는 게 궁극적으로는 영화를 멀리까지 떠나보내는 일처럼 생각되기도 해서요. 그래서 떠남과 머무름의 감각이라는 표현을 써봤어요.

 

성송이 : 씨네소파라는 이름을 제가 짓긴 했는데 (웃음) 배급이라는 일 자체가 밀물과 썰물이 있는 작업 같아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가 들어갔다가 나가고, 들어갔다가 나가고 하는 게 옛날엔 사람을 만나고 이별하는 것 같단 생각도 했었는데, 요즘엔 작업 하는 영화가 조금 많아지면서 그런 감각이 조금 옅어지긴 했지만요. 그 정도의 강도였던 것 같아요. 왜냐면 배급하는 영화에 사랑에 빠진 것처럼 푹 빠졌다가, 관객에게 영화가 해석되고, 그 과정을 거쳐서 배급이 끝나면 영화를 보내게 되는… 그런데 제가 기본적으로 지구력이 없어서 그게 잘 맞더라구요. (웃음) 한 영화를 몇 개월씩 하고 있으면 조금 지치잖아요. 그런데 마지막에 완전히 소진되어도 다음 영화로 다시 충전이 되는 면도 있거든요. 그래서 배급이 거의 끝날 때쯤은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버티곤 해요.

피로감 같은 건 늘 있는데, 오히려 떠남이나 이동은 배급과 잘 붙는 말인 것 같고요. 왜냐면 영화 배급이 전국적으로 하는 일이니까, 서울에 있어도 지역으로 GV를 오기도 하고 지역의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낼 땐 이동성은 다 가지고 있는 거라고 봐야겠죠. 전 머무름이라는 걸 말씀해주셔서 생각을 해봤는데, 그게 또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놓치고 있었지만 중요한 것 같은 감각인 것 같고, 저에게 머무름의 감각을 주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 그게 예지인 것 같기도 하네요. 네 명이서 같이 하다가 이제 둘이서 하고 있잖아요. 사실 물리적으론 예지가 많이 이동하긴 하는데 (웃음) 매주 많이 이동하고 제가 머무르는 입장이긴 한데, 뭔가 정서적으로 제가 씨네소파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그런 걸 잘하거든요.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 일할 것들을 정리해보자고. (웃음) 저는 씨네소파가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자꾸 장을 만들려고 하더라고요. 직접 놀고 싶진 않고 누가 와서 놀아줬으면 좋겠는. (웃음) 그런 장 좋아하는데요, 그러니까 씨네소파라는 게 잘 머무를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씨네소파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정말 많은 귀찮은 일들을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웃음) 이 질문을 받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최예지 : 저는 영화를 만나고, 그 영화의 개봉관이 확정되고 관객들을 만나기까지가, 일단 극장에서 만남이 시작되니까 영화를 붙들고 사람들에게 ‘이 영화에 관심 가져주세요’라고 얘기하는 느낌인데, 개봉을 하면 뭐랄까, 세상에 대한 소외감을 느낀다고 해야 되나,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예를 들어서 제가 영화를 떠나보낸다고 하면, 영화가 더 멀리 가고 더 큰 파동을 가지고 가면 좋겠는데 휭 하고 가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힘이 빠지기도 하는데, 또 한편으론 그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 더 밀어봐야겠다, 다음 영화는 더 밀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건 것 같아요. 어쨌든 잘 떠나보내면 좋겠는데 영화에게 약간의 미안함이 늘 있죠.

 

김대성 : 어떤 점이 미안한 건가요?

 

최예지 : 영화를 더 멀리까지 밀어서 보내지 못한 것이요. 이 영화를 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숨어 있을지 모르잖아요. 좋은 영화라는 게 사람마다 너무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이 영화가 누구에겐 인생 영화가 될 수 있는데, 어딘가에 있을 그 사람에게 이 영화가 닿게 하고 싶은데 그런 지점들에서 항상 힘이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고. 또 하나는 저희는 이 영화가 너무 좋고, 좋은 점을 많이 발견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데 세상에서 얘기하는 좋은 영화랑은 너무 다른 경우가 많아서 소외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전반적으로 생각을 해보니 자평을 좀 해보자면, 저희가 이상한 저력 같은 게 조금 있는 것 같아요. 현실적이거나 실용적인 면도 있고, 한편으론 판타지적이거나 이상적인 측면도 갖고 있어서… 또 약간 기운이 빠져있는 듯하지만 그 안에 이상한 기운도 있고, 어쨌든 이런 이상한 것들이 막 엮여서… 애매모호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김대성 : 저는 부산에서 어떤 일이든 한정된 조건 속에서 더 많은 걸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고,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일 수 있는데 에너지의 동력이 ‘오기’라는 방식으로만 남는 것 같아요. 이를 악무는 것 말이죠. 그런 오기가 남아서 원망이나 분노의 방식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약간 어두운 에너지이고, 또 뒤틀린 에너지이기도 하고, 쥐어짠 에너지 같은 게 되다보니 그 시간이 지속되다보면 완전히 소진되거나 완전한 냉소에 빠져있는 걸 많이 봐왔어요. 아마 저도 그런 식으로 기울어지고 있을 것 같은데, 두 분이 삼년이라는 시간동안 지속해온 작업의 강도나 해온 이력들을 봤었을 때, 그 시간이 결코 짧다고 느껴지진 않아요. 조금 전에 예지씨께서 말씀하셨던 사력을 다한 영화에 대해 ‘너 가라!’고 했는데 고작 코앞까지(?)만…. (웃음) 그럴 때 참 힘이 빠지고 자기를 원망하게 되잖아요. 내 능력이 이것 밖에 안 되는 건가보다 싶고 피드백도 많이 없구요. 그럴 때 사력을 다하는 게 두려워지기도 하고, 사력을 다했을 때 마주한 현실이 너무, 뭐랄까 노골적으로 다 보여주는 것 같잖아요. 이렇게 사력을 다했는데 이거 밖에 안 돼? 이게 현실인가? 그런 걸 마주했을 때 저는 엄청 에너지가 빠졌던 것 같은데 두 분은 그런 상황에서도 ‘다음엔 더 멀리 보내야지’라고 말씀하셔서 대단하기도 하고 괴짜(?) 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많이 보았는데, 가급적이면 거리를 두고 보려고 했습니다만, 두 분 작업으로부터 워낙 긍정적인 영감을 많이 받아서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끼는 점은 씨네소파가 해온 작업보다 더 큰 에너지가 있고 탄탄한 체계와 단단한 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성송이 : 저도 이야기 나누면서 생각이 난 건데, 제가 생각해보고 싶은 대로 분석해보자면 배급·홍보·영화 소개하는 것도 너무 중요한데, 그거에 준하는 정도로 부단히도 머무르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 같거든요. 예를 들면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은 부산에서 되게 많다고 했잖아요. 우리도 물론 하고 싶어서 하는 거긴 하지만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책임감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작업을 할 때, 그 작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씨네소파라는 틀을 유지해야 하고 내부인력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구성원을 챙기는 조직문화도 있고, 또 예비사회적기업이라는 조건도 마련했고, 인건비를 벌기 위한 지원사업도 엄청 많이 넣거든요. 일주일에 하나씩 넣을 정도로 많이 넣는데, 제가 경험한 문화예술단체들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면 없는 돈은 쥐어짜면 되고, 그 다음엔 한 달에 50만 원 정도만 주면은 되니까요. 조금만 노력하면 사회적기업도 될 수 있고 마을기업이나 여러 지역기금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시도는 잘 안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는 것도 있는데, 그런 노력이 ‘이상한 저력’처럼 보인다고 하니 그간의 노력이 헛되진 않았다는 자평을 해봅니다. (웃음)

 

최예지 : 요즘에 근력운동을 진짜 열심히 하고 있는데, 거기 중에 한 운동할 때 뭐 복근운동 같은 걸 할 때, 다리를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라는 거예요. 그걸 하면서 다리를 움직이래요. 배에 힘을 주고. 근데 위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하라는 거예요. 그리고, 항상 운동을 할 때 골반을 고정하고 위에는 움직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과 비슷해 보이네요. 밖에서 봤을 때 저희는 그렇게 안 보일지 모르겠지만 엄청 발버둥치고 있다고 해야 되나, 그럴 수 있는 에너지가 아직은 있다? 그것보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저한테 여긴 타지이긴 한데 서울에 있을 때는 그런 감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서울 사람이라던가, 지역이나 서울에 대한 감각이 없었는데 부산에 오니 부산에 계시는 분들이 지역적인 차이를 많이 느끼고, 그럴 수밖에 없겠죠. 우리가 부산에 살고 있으니까 부산에서 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가끔 왜 부산에서 하느냐 이런 얘기를 듣기도 해요. 사람이 그냥 자기가 사는 데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분투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이상한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 좋겠단 생각도 들어서 지역적인 걸 얘기할 때 그런 점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부산지역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부산에 살고 있으니까 부산에서 이걸 하고 있다는 거죠.

 

김대성 : 지역적 정체성을 앞세워서 자신의 작업과 연결시키고 부산다움이나 부산적인 것들을 추구한다기보다 그냥 부산에 살고 있으니까 부산에서 작업하는 건데 지역에 너무 의미부여를 하거나 뭔가를 요구하는 게 많다는 말씀이시죠?

 

최예지 : 네, 그렇게 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

 

김대성 : 한편으론 지역에서 작업을 한다는 게 누군가에겐 대의이자 사명일 수도 있어요. 예술적인 것에 대한 추구와 지역적인 것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그런 점들을 가치판단하기엔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겠죠. 작업의 방향성과 추구하는 바에 대한 고민을 매일 운동하듯이 하면 좋겠지만 ‘부산에도 이런 게 있어야지, 부산에도 이런 게 있지’와 같은 의미부여에 고착되는 경향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최예지 : 일 때문에 지역을 옮겨야 하는 부분도 많잖아요. 부산에 일자리가 없으니까. 그렇게 떠나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안타깝기도 해요.

 

성송이 : 개인적인 바람이긴 한데, 저는 씨네소파가 궁극적으로 독립했으면 좋겠어요.

 

김대성 : 누구로부터 독립을 하는 거예요? 두 사람으로부터?

 

성송이 : 예지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는 말 못 하겠지만, 저는 씨네소파를 떠나는 날을 꿈꾸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게 씨네소파는 자식 같았단 말이예요. 지금도 그런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우리가 낳은 자식 같은 느낌으로 얘를 계속 돌봐야하고 얘를 늘 등에 짊어지고 가는 느낌이어서요. 먹여살려야하고 저희가 지속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걸 계속 하잖아요. 플랫폼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우리를 벗어나서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씨네소파가 그런 독립을 하면 정말 좋겠단 꿈을 꾸면서, 제가 아직 집에서 독립을 안 했는데, 우리 엄마아빠도 내게 그런 걸 원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웃음) 떠나면 걱정되지만 떠나기도 했으면 좋겠는, 자식 같은 마음.

 

최예지 : 떠난다는 게 힘이 있어야 떠날 수 있는 거잖아요. 떠날 힘이.

 

성송이 : 그게 더 적절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 힘을 가지면 좋겠단 말일 수도 있고요. 부산에 영화배급 생태계를 만들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가 저희가 없어도 살 수 있게, 저희가 떠나도 배급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그런…. (웃음)

 

김대성 : 참으로 스케일이 크시고, 배포가 넓으시고, 오늘 공부도 많이 되고 또 자극도 엄청 됩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뭔가 활성화되는 것 같아요. 덮어두거나 무릎 꺾인 부분들이 있었는데 두 분 말씀 들으면서 자극과 에너지를 많이 얻게 되고, 또 더 지켜봐야겠다, 더 열심히 보고 배우고 교류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송이 : 그렇게 가끔 글도 보내주시고 하시잖아요. 지쳐 있을 때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김대성 : 다행이네요.

 

최예지 : 이야기를 또 하니까 되게 지쳐있었는데….

 

성송이 : 잊고 있던 것들이 생각이 나요. (웃음)

 

 


인터뷰 후기

 

소파(小波). 물결과 파동. 물결은 정해진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예측불가능함은 결여의 표지가 아니라 평등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씨네소파가 영화라는 바다 위를 유영하는 작은 파도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보단 세상이라는 대지의 중력을 거스르며 자유롭게 넘나들고, 그러나 침략하거나 착취하지 않으면서, 저마다가 지니고 있는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자 하는 파도임을 알겠다. 이들의 독립영화 배급 작업이 무엇이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파도를 불러일으키는 파동임을, 정동되고(휘말리고) 정동하며(부대끼며) 관계를 맺어가는 힘이라는 것도 알겠다. 씨네소파가 어디로 흘러갈지, 또 어떤 곳에 당도할지 함께 따라가 보고 싶다. 이들의 여정(So far)은 지금, 이곳의 가능성과 상상력의 범위를 확장하는 행보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씨 네 소 파

 

2017년 설립된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는 부산 지역 유일의 독립영화 배급사이다.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시작으로 <파란입이 달린 얼굴>, <마담B>, <밤의 문이 열린다>, <기억할 만한 지나침>을 배급하였다. 좋은 콘텐츠이지만 상영 기회가 없던 지역 영화를 발굴하고 개봉하며, 지역형 영화배급인프라를 구축하고, 독립영화 관람시장을 확충하기 위한 문화사업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시야를 확장시키는 영화를 소개함으로서 고정관념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김 대 성

 

문학평론가. 젠더·어펙트연구소 특별연구원. 대학에서는 강의 노동자로 일하고 있고, 때론 집필 노동자로, 부산의 문화예술 장에선 기획 노동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피소의 문학』(갈무리, 2019)과 『무한한 하나』(산지니, 2016)를 썼습니다.


  1. 관객이 어디에 있는가를 차치해두고서 인프라의 측면에서 어려움을 찾아볼 수도 있다. 우선 배급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 성송이, 지역에서 독립영화 배급사로 살아가기, 영화 부산』, 2020. 1. (2018년 말에 쓴 글로 보인다.) [본문으로]
  2. 성송이, 「자기만의 언어」, ⟪국제신문⟫, 2020. 7. 7. 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00708.2202100164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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