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낯선 사람이 꼭 낯선 사람을 불러오는 것도 아닌데, 성애의 발걸음은 급해졌다. 가게에 비워 놓은 이동변기 카트리지와 즉석밥 상자까지 카트 속에 실으니 한 손은 밀고, 한 손은 물건들을 움켜쥐어야 간신히 바퀴가 움직였다. 카트를 미는 와중에도, 조 사장이 무심하게 얹은 젤리 봉지 세 개가 자꾸 카트 밖으로 미끄러졌다. 도무지 사람이 찾아올 것 같지 않은, 거기에 왜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공원을 지나, 성애는 집 쪽으로 향하는 숲길로 들어섰다. 어서 빨리 집에 도착해 이 물건들을 부려 놓고 싶었다. 이럴 거면 아예 트럭을 몰고서 모두산 뒤쪽 국도를 돌아 내려올 걸, 후회막심이었다. 계획했던 물건들만 샀고, 예상했던 부피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아, 저 놈의 젤리. 성애가 노려보는 걸 알아채기라도 한..
이상한(queer) 생태 ⏤퀴어, 자립, 독립 1 2013년 8월의 어느 저녁, 부산 남구 대연동 재개발지구에 사람들이 모였다. 나는 백무산의 시집 『그 모든 가장자리』(창비, 2012)에서 몇 편의 시를 추려 그날의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건넸고 시를 건네 받은 이들은 오래된 선풍기 곁에서 각자의 목소리로 천천히 낭독했다. 시 낭독과 함께 우리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시에 관한 것은 아니었고 조금은 엉뚱하고 쓸모를 찾을 수 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백수들의 유쾌한 실험실’이라 자신을 명명했던 이상하고 특이했던 모임, 은 2013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도시재개발로 인해 퇴거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재(능)계발’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변주해 하고 싶은 작당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한달간 주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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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어펙트연구소에서 기획한 새로운 콘텐츠, ‘위클리 젠더·어펙트 브리핑’을 매주 수요일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이 콘텐츠는 젠더·어펙트연구소에서 논의된 다양하고 의미 있는 주제들과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위클리 젠더·어펙트 브리핑’은 ‘젠더·어펙트 북큐레이션’, ‘젠더·어펙트 용어와 개념’, ‘국내외 여성 인물 소개’를 순서로 총 6회 찾아뵐 예정입니다. 1주차 ‘위클리 젠더·어펙트 브리핑’은 임은비 선생님(콘텐츠 기획팀)이 기획·제작한 ‘젠더·어펙트 북큐레이션’이라는 콘텐츠로 시작합니다. 이라는 제목으로 성범죄 고발 등에 관해서 여성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들을 대해 소개하고 그 의미로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2주차에 업로드될 예정인 ‘젠더·어펙트 관련 용어와 개념..
이슈 제목 기사 제목 및 링크 토크 카테고리 참고문헌 전태일 50주기(2020. 11.13.) : 전태일과 오늘의 노동 훈장 수여, 전태일정신의 박제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042687?sid=001 전태일 그후 50년 http://m.hani.co.kr/arti/SERIES/1489/ 14시간 미싱 돌리다 한 번씩 하늘 봐요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413.html 2020 전태일의 일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468/ 플랫폼과 로봇에 갇힌 ‘21세기 중국의 전태일들’ http://m.hani.co.kr/arti/opinion/col..
파도(wave)와 파동(affect) ⏤영화배급협동조합 와의 대화 (1부) 일시 : 2020. 09. 15.(화) 장소 : 부산 중앙동 ‘좋은차’ 참석자 : 성송이(씨네소파 대표) 최예지(씨네소파 이사) 김대성(웹진 편집위원 / 문학평론가) 항해가 끝나지 않는 건 ‘소파섬(小波 ; SOFA・SUM)’이라는 배급 기록집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엄청 신나게 일 하고 있구나! 그리고 참으로 정성을 다해서 영화를 대하고 있구나!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가 출항한지 3년이 흘렀다. 2017년 초겨울과 2018년의 늦봄에 출간된 배급기록집에 대해 새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씨네소파는 빛나던 부산의 많은 문화예술 단체들이 반복해온 ‘소진’과 ‘사라짐’의 연쇄 경로가 아닌 다른 항로를 만들며 여전히 항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