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복한 자들의 얼어붙은 서사 ‘박복(薄福)하다’는 말이 있다. 이때 ‘복이 없다’는 ‘팔자가 사납다’는 의미로 드러나기도 한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 한 평생에 걸쳐, 끈덕지게 들러붙는 이 불운은 족쇄에 가깝다. 그저 복이 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삶 전체를 불행한 것으로, 그 불행을 운명이자 숙명처럼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말이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은 주술처럼 말해지고, 옮겨지고, 들러붙어 팔자가 사나운 ‘사람’이 된다. “정면이 아니라 바닥을 보며 걷고”, “둥글고 작아지는 절망의 자세”를 가졌으며, “아무리 친밀한 사람이 생겨도 미리 관계의 끝을 상정하는 작은 마음”은 ‘팔자 사납다’라는 말이 힘을 가져 만든 몸들이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그늘져 보인다는 것은, 박복한 팔자가 왠지 모르게,..
1. 마주침과 연결의 흔적을 좇는 이야기들 누구든지, 어디에나 꼭 맞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매일같이 오가는 일터나 학교에서, 우리가 친숙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자주 만나는 친한 사람들과 가족에게서, 그리고 우리와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은 우리의 신체로부터 종종 낯설고 어렵고 감당하기 힘든 타자로서의 자기를 발견한다. 이러한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 온전히 인정받거나 이해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은 우리에게 누구와도,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근원적인 소외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지치지도 않고 누군가와, 무언가와 연결되려 한다. 타자에 대한 이해, 글쓰기를 자신의 소설세계로 정립해온 작가 조해진에게 이러한 ‘연결’의 문제는 이야기의 요체가 될 수밖에 없다. 대표작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