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웹진 는 ‘연결’과 ‘의존’이라는 화두를 통해 현대 사회의 개인 및 공동체 문제와 관련된 사회·문화적 의제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매체입니다. 앎의 언어 대신 온몸의 실감이 담긴 앓음의 (비)언어들과 뒤얽혀 함께 앓고자 합니다. # 편집위원 권두현 :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미디어와 한국 현대문학/문화의 관계, 특히 한국과 일본의 드라마와 대중문화를 대상으로 테크놀로지와 정동의 문제틀을 적용시킨 연구들을 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접속사와 같은 존재-되기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권영빈 :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몸’들의 마주침과 생성의 관점에서 젠더지리학의 연구 방법과 대상을 탐구합니다. 주로 한국 현대소설을 읽고 분석하면서, 문학과 관련된 새로운 교육-미학적 정동 시스템을 발..
2023년 10월, AAS in Asia 2024(이하, AAS) 개최 소식을 확인하고 젠더·어펙트연구소에서는 2개의 패널을 구성하기로 결정하였다. 패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발표자를 물색하면서 동시에 일정과 의사를 여쭙고,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들의 의제를 종합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패널 신청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여러 연구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의제를 종합해 패널 제안서를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권명아 선생님은 연구소의 김대성 선생님과 해외 연구자인 송창주, 양인실, 요시다 유타카 선생님과 함께 Affective Geography, Racialized History and Queer Asia 패널을 구성하여 발표를 신청하셨다. 이 패널에서는 권명아 선생님의 Becoming the Tig..
1. 어쩌면 이론은 늘 보편 이론이지만 이론이 단지 학술장에서의 글쓰기 도구임을 넘어서, (근대 이래) 사유의 전제를 근본적으로 재배치하고 세계를 다시 조망할 수 있게 하는 매개여야함을 강력히 환기시킨 개념의 하나가 오늘날 어펙트일 것이다. 주지하듯,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 스피노자-들뢰즈를 매개로 소개되기 시작한 어펙트 개념은 그 맥락상 일종의 열쇠 개념 역할을 기대받은 측면이 강했다. 2024년 현재는 다른 질문을 만들어내는 사유의 도구로, 그리고 이론의 보편 지향 자체를 질문할 전제를 풍부히 품고 있는 개념으로 폭넓게 이해·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개인적으로는 ‘어펙트 이론’이라는 말보다 ‘어펙트의 개념, 문제의식’ 같은 말을 더 사용하는 편이기는 하다. 정합적이고 정통적인 계보가..
이 글은 젠더·어펙트연구소가 출간한 4번째 총서, 『연결신체학을 향하여』의 4부 ‘정동적 정의와 존재론적 전회’를 중심으로 책의 골자 및 그것이 제기하는 질문을 다루고자 한다. 한국에서 정동 연구를 확산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연구소의 꾸준한 작업을 지지하며, 전공·학제 간 교류와 협업의 결과를 접할 기회를 주신 데 감사드린다. 주로 질적 방법으로 경험 연구를 하는 페미니스트 사회학자인 필자에게 정동 논의가 제기하는 학술적 자극과 고민의 맥락을 함께 풀어내는 방식으로 리뷰를 시도한다. 1. 정동 논의와의 조우 먼저, 필자는 전문가적 식견에서 젠더 인식론과 정동 연구의 조우를 체계적으로 일별하거나 평가할 자격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2010년대부터 문학과 문화 연구, 인류학,..
『연결신체학을 향하여: 정동적 존재론과 정의』는 젠더·어펙트 총서를 가로지르는 핵심개념인 ‘연결성’에 대한 네 번째 탐구를 담고 있다. 연결성은 좁게는 개별적이고 단자적인 인간관에 대한 비판을, 넓게는 인문학 패러다임 전환의 전망을 집약한 개념으로 보인다. 이번 책은 영미권 정동 이론의 헤게모니에 대항하고 대안적 정동 지식을 창출하는 교두보로서 ‘연결신체학’을 제시한다. 연결신체학은 주류 정동 이론의 교착과 한계를 돌파하기 위하여 지구적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삶에 밀착한 정동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려는 실천적 시도의 일환이다. 이 서평은 책에 실린 열두 편의 논문 가운데 1부로 묶인 세 편의 논문에 집중한다. 논문이 다루는 텍스트를 찾아보고 저자의 주장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구체적인 토론 쟁점을 ..
취약성의 배치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에서 낸 ‘젠더・어펙트 총서’의 네 번째 타이틀은 ‘연결신체학을 향하여: 정동적 존재론과 정의’이다. 2020년 첫 번째 책 『약속과 예측: 연결성과 인문의 미래』에서 출발하여, 라는 공동 연구의 성과로 나온 네 권의 책에 지금까지 50편에 달하는 논문들이 담겼다. 첫 번째 책이 나온 시점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지구적으로 확산되며 기존의 연결들은 차단되고 새로운 연결들이 발생하고 있던 때였다. ‘약속과 예측’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부제에 쓰인 ‘연결성’이라는 어휘가 당시의 시대적 혼란과 고립이라는 공유된 감각 속에서 적실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이후, 젠더・어펙트 총서는 하나로 쉽게 묶이지 않는 다양한 주제들 안에서도 팬데믹으로 인한 뉴노멀의 일상..
우리는 장르문학에서 어렵지 않게, 카르밀라나 드라큘라 같은 흡혈귀,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이나 지킬 박사와 같은 사이보그 등 이질적인 몸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19세기 초중반 영미문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포스럽거나 역겹고, 정상성이나 젠더 규범으로부터 이탈해 있는 이들의 퀴어한 모습은 대중적인 미디어에서 뿐만 아니라 ‘본격 문학’ 장르에서도 반복적으로 재활성화되거나 변용되곤 합니다. 이들의 신체는 정상 범주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증오와 같은 정동을 촉발시키고 감정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라 아메드는 『감정의 문화정치』에서 이질적인 몸들을 둘러싼 이 같은 감정의 인과관계를 전치하여 설명합니다. 문학 속 괴물들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 소수자들의 인상을 두고 ..
1. ‘직(職)’이라는 자리, ‘업(業)’이라는 행위 ‘4차 산업혁명’이 삶과 기술의 짜임관계를 바꾸어가고 있다. 그 관계 사이에서 촉발되는 것이 정동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동시대 정동 정치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고, 개입해야 하는 중요한 입각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국가의 ‘명운’과 ‘사활’을 좌우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면, 이는 생명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의 삶과 죽음, 그리고 생활은 기술을 통해 매개되고, 그 기술은 생체매개를 통해 정동을 촉발하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보장되는 미래를 향한 정동 정치의 약속이 역사적 제 국면마다 그 유효함을 꾸준히 발휘해왔음을 상기한다면, 오늘날의 ‘혁명적’ 정동이 전례가 없는 현상만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
전세계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가장 고전하는 곳은 어디일까? 현대 대중문화의 문화적 보편이자 우세종인 할리우드 영화가 못 뚫고 들어가는 곳은 없다가 정답에 가깝겠지만, 그나마 가장 강력한 대안 영상문화를 보유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라는 것이 세간의 인식이다. 특히 인도는 매해 1천편 이상의 영화를 만드는 유일한 나라로, 스크린 쿼터 없이도 자국영화 점유율 80%가 넘는 어마어마한 자국영화 충성도를 보여주는 ‘발리우드’의 본고장이다. 이러한 인도의 자국 문화 중심성과 인도내 영어권 문화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 한류가 아시아 대륙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도, 인도는 좀처럼 한류 진입이 어려운 곳으로 여겨졌다. 그런 인도에서 지난 팬데믹 이후 한류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졌다는 분석이 ..
순환하며 강화되고 축적되는 감정 『감정의 문화정치』는 감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기보다 감정이 무엇을 하는지의 문제를 치밀하게 붙잡는다. 사라 아메드는 감정의 정동경제를 논한다. 사라 아메드는 감정이 개인의 내면에 실존하는 것으로 여겨온 통념과 반대로 감정의 '밖에서 안으로' 작동하는 방향성을 주장한다. 이는 기존의 사회학적 감정 모델과 유사해보이지만, 감정을 개인 외부에 실존하고 동시에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본 전제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아메드는 감정이 개인의 안 또는 밖 어디에 존재하느냐에 대한 논쟁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녀에게 보다 의미 있는 작업은 감정이 애초에 '안과 밖'을 결정짓던 표면과 경계를 형성하는 역학에 주목하는 것이다. 감정은 대상과의 접촉의 간극과 강도, 형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여 출시한 하이퍼FPS 게임 “오버워치”시리즈에는 다종다양한 몸들이 등장합니다. 단련된 근육으로 중화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여성, 왜소증을 지닌 노년의 남성, 과거 높은 전공을 올렸던 노년의 군인들, 신체의 대부분을 보철물로 대체한 사이보그,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 신체에 이르기까지 젠더 뿐만 아니라 인종, 연령, 성적 지향에 이르기까지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이런 몸들은 한국시장을 겨냥한 한국의 게임사 작품들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23년 11월 23일, 젠더스피어 8회차 콜로키움에서는 김수아 선생님을 모시고 이란 주제로 강연을 청해 들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엄혜진 선생님의 토론 내용에 더하여 한국 게임사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초점을 맞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