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웹진 는 ‘연결’과 ‘의존’이라는 화두를 통해 현대 사회의 개인 및 공동체 문제와 관련된 사회·문화적 의제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매체입니다. 앎의 언어 대신 온몸의 실감이 담긴 앓음의 (비)언어들과 뒤얽혀 함께 앓고자 합니다. # 편집위원 권두현 :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미디어와 한국 현대문학/문화의 관계, 특히 한국과 일본의 드라마와 대중문화를 대상으로 테크놀로지와 정동의 문제틀을 적용시킨 연구들을 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접속사와 같은 존재-되기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권영빈 :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몸’들의 마주침과 생성의 관점에서 젠더지리학의 연구 방법과 대상을 탐구합니다. 주로 한국 현대소설을 읽고 분석하면서, 문학과 관련된 새로운 교육-미학적 정동 시스템을 발..
이 글은 지난 7월 14일부터 21일까지 타이완 국립정치대학에서 열린 IACS 써머스쿨에 강연자로 초대받아, 짧은 일정 동안 타이베이에서 느낀 개인적 소회를 정리한 것이다. IACS(Inter-Asia Cultural Studies)는 타이완대학시스템(UST)에 속한 4개 대학, 즉 국립양명교통대학, 국립칭화대학, 국립중앙대학, 국립정치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인터내셔널 문화연구 석사프로그램을 말한다. 학생 모집은 이들 4개 대학이 각각 독립적으로 수행하지만, 일단 IACS에 입학한 뒤에 학생들은 통합된 대학 간 커리큘럼을 이수하게 된다. 써머스쿨은 1, 2학기에 더해 추가적으로 운영되는 정규 커리큘럼 과정 중 하나이며, 올해는 나와 호주 플린더스 대학의 교원 한 분이 해외 강연자로 초빙되었다. 나는..
문학관은 작가의 도서 및 육필 원고 등을 전시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간이다. 한국 문학관은 1990년대부터 지방자치제가 본격화하면서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중앙의 ‘정전화’라는 표상체계를 균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하지만 세계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게 되면서 지역 문학관은 점점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품화되었고, 더불어 중앙의 ‘정전화’를 오히려 강화하는 역설을 낳기도 했다. 결국 문학관은 다양한 주체들이 교류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작가의 유품이나 원고를 보관하는 박물관으로서 기능하게 되었다.그러나 문학관은 초기 연구가 보여주듯 지역성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에 기반한 문화적 구조물로서 그 기능과 의의를 지닌다. 문학관은 단순한..
문학관이 작가를 재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운영주체에 따라, 혹은 학예사에 따라 다르게 기획되는 전시들은 문학관마다 작가를 해석하고 해설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문학관의 위치, 작가의 생애, 관련 업적 등이 문학관을 구성하는데 주요한 영향력을 끼친다. 기록관적, 박물관적 기능이 문학관의 주요한 역할인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 문학관이 온전히 제 역량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문학관을 운영하는 데 있어 전시 및 관광 유치를 부차적인 역할이라고 여길 수도 있으나 문학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이 없으면 문학관이 유지될 수 없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보았을 때, 국제문학관은 꽤나 전략적인 계획을 통해 성공적으로 대학 내 문학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세다대학 국제문..
대학원 입학 후 석사 1학기를 마쳤다. 그동안 대학원 수업이나 세미나 등 처음 시작하는 일들이 많아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칠 수 있었다.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겪은 다양한 경험 중에서 계명대에서 열린 영남여성학포럼에서 김명순에 대한 발표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였다.여성문학사에 대해서는 대학원 입학 전부터 선배들과 함께 민음사 『한국 여성문학 선집』(2024) 시리즈를 대상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여성문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적었기 때문에 김명순을 비롯한 여러 여성 작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되는 정보가 많았다. 남성 중심 문단이었던 당시 주변부로 밀려난 여성 문인들은 여성의 시선으로 당대 사회에서 비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소외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을 포..
지난 5월 17일, 제12회 영남여성학포럼 참관을 위해 계명대학교를 방문했다. 석사과정을 밟게 되며 처음으로 참관하게 된 학술대회인 만큼 긴장보다는 새로운 학술 현장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설렘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대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포스터에 눈을 떼지 못하고 몇 번이고 발표제목들을 천천히 곱씹어보며 도착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이번 제12회 영남여성학포럼은 오전 대학원 세션과 오후 포럼 세션으로 이루어져 지역·여성·생태를 주제로 다양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선생님들의 다양한 발표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자리였음을 상기하며,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발표들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김희경 선생님과 권수현 선생님의 발표, 「기술적 대표성이 실질적 대표성을 보장하는가?―..
젠더·어펙트총서 제5권 『젠더스피어의 정동지리』는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가 2023년 4월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진행한 연속콜로키움 를 토대로 탄생한 책이다. 기술 미디어의 발전이 바꿔놓은 일상의 면모는 참으로 다양하다. 정보 소비가 신문, 텔레비전, 영화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 중심에서 뉴스 포털, OTT, 스트리밍 등 뉴미디어 중심으로 바뀌었고, 미디어 매개체의 물리적 형태(신문지, 필름)와 특정 장소성(집, 극장)은 스트리밍과 모빌리티에 자리를 내주었다. 대중문화 양식에서는 모빌리티를 전제로 한 숏폼이나 네트워크화된 미디어 환경에 조응하는 콘텐츠라는 용어가 대세로 떠올랐다. 사회의 즉각적인 여론은 (비록 신뢰도와는 무관하나) 포털 뉴스나 유튜브 채널 댓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가브..
2023년 10월, AAS in Asia 2024(이하, AAS) 개최 소식을 확인하고 젠더·어펙트연구소에서는 2개의 패널을 구성하기로 결정하였다. 패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발표자를 물색하면서 동시에 일정과 의사를 여쭙고,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들의 의제를 종합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패널 신청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여러 연구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의제를 종합해 패널 제안서를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권명아 선생님은 연구소의 김대성 선생님과 해외 연구자인 송창주, 양인실, 요시다 유타카 선생님과 함께 Affective Geography, Racialized History and Queer Asia 패널을 구성하여 발표를 신청하셨다. 이 패널에서는 권명아 선생님의 Becoming the Tig..
1. 어쩌면 이론은 늘 보편 이론이지만 이론이 단지 학술장에서의 글쓰기 도구임을 넘어서, (근대 이래) 사유의 전제를 근본적으로 재배치하고 세계를 다시 조망할 수 있게 하는 매개여야함을 강력히 환기시킨 개념의 하나가 오늘날 어펙트일 것이다. 주지하듯,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 스피노자-들뢰즈를 매개로 소개되기 시작한 어펙트 개념은 그 맥락상 일종의 열쇠 개념 역할을 기대받은 측면이 강했다. 2024년 현재는 다른 질문을 만들어내는 사유의 도구로, 그리고 이론의 보편 지향 자체를 질문할 전제를 풍부히 품고 있는 개념으로 폭넓게 이해·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개인적으로는 ‘어펙트 이론’이라는 말보다 ‘어펙트의 개념, 문제의식’ 같은 말을 더 사용하는 편이기는 하다. 정합적이고 정통적인 계보가..
이 글은 젠더·어펙트연구소가 출간한 4번째 총서, 『연결신체학을 향하여』의 4부 ‘정동적 정의와 존재론적 전회’를 중심으로 책의 골자 및 그것이 제기하는 질문을 다루고자 한다. 한국에서 정동 연구를 확산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연구소의 꾸준한 작업을 지지하며, 전공·학제 간 교류와 협업의 결과를 접할 기회를 주신 데 감사드린다. 주로 질적 방법으로 경험 연구를 하는 페미니스트 사회학자인 필자에게 정동 논의가 제기하는 학술적 자극과 고민의 맥락을 함께 풀어내는 방식으로 리뷰를 시도한다. 1. 정동 논의와의 조우 먼저, 필자는 전문가적 식견에서 젠더 인식론과 정동 연구의 조우를 체계적으로 일별하거나 평가할 자격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2010년대부터 문학과 문화 연구, 인류학,..
『연결신체학을 향하여: 정동적 존재론과 정의』는 젠더·어펙트 총서를 가로지르는 핵심개념인 ‘연결성’에 대한 네 번째 탐구를 담고 있다. 연결성은 좁게는 개별적이고 단자적인 인간관에 대한 비판을, 넓게는 인문학 패러다임 전환의 전망을 집약한 개념으로 보인다. 이번 책은 영미권 정동 이론의 헤게모니에 대항하고 대안적 정동 지식을 창출하는 교두보로서 ‘연결신체학’을 제시한다. 연결신체학은 주류 정동 이론의 교착과 한계를 돌파하기 위하여 지구적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삶에 밀착한 정동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려는 실천적 시도의 일환이다. 이 서평은 책에 실린 열두 편의 논문 가운데 1부로 묶인 세 편의 논문에 집중한다. 논문이 다루는 텍스트를 찾아보고 저자의 주장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구체적인 토론 쟁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