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타임’은 미국사회에 “트랜스젠더 티핑 포인트가 도래했다”고 팡파레를 울렸다. 2013년 미국 대법원이 이성애 결혼만을 인정하는 ‘결혼보호법’에 위헌 판결을 내리고 동성결혼 합법화의 길이 열리자 “이제 트랜스젠더 이슈가 시민권 논의의 최첨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서 2015년 7월 케이틀린 제너가 ‘배니티페어’ 표지를 장식했고, 버락 오바마 재선 캠프에선 트랜스젠더 인권을 캠페인의 주요 의제로 삼았다. 그래서 상황이 정말 나아졌을까. 2014년 미국에서는 성적지향이나 트랜스젠더 정체성에 대한 혐오범죄가 1017건 보고되었고, 2015년에는 어느 해보다 더 많은 트랜스 여성이 살해당했다고 기록되었다. 수전 팔루디가 『다크룸』에서 미디어가 트랜스젠더를 다루는 방식을 비판하면서 “이런 팡파레가..
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던 이유는 단 하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딸이 어떻게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끝까지 글을 썼을까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수전 팔루디’가 잘 알려진 페미니스트이자 집요함과 치밀함으로 찬사를 받았던 의 저자이며 인터뷰의 대상이었던 아버지가 ‘트랜스젠더’라는 부분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을 테지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주요한 이유는 아니었다. 이 번역되어 출판되었을 즈음, 나는 정치적 갈등으로 아버지와 1년 반 정도 대화를 중단한 상태였고, 그 상태를 바꿔보기 위해 아버지에게 드리는 글을 묶어 책자로 출간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과 비교해 두께도 형편없이 얇고, 끈질긴 인터뷰(사실 아버지와 대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터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도 없었으며, 그저 아버지에게 드리는 ..
절실함 . 우선 이 책의 제목에 대해 ‘해명’하고 싶다. 오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강하고 튀는 이미지는 기본. 낚시성 제목 아니냐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나는 지난 15년간 한 출판사하고만 작업해왔다. 편집자 선생님이 엄격하셔서, 제목을 정하는데 대단히 신중하시다. 나로서는 책 출간 자체에 대한 자책감이 있는데다(“종이 낭비, 나무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까”), ‘책이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허위의식이 있어서, 노골적인 제목은 민망하다. 대부분 내 책의 제목은 내가 쓴 문장에서 그대로 가져온다. 책 내용 중에서 고른다. 이 제목은 앞뒤 문장을 빼고 제목 부분만 가져와서 그렇지, 뜻은 글자 그대로이다. 나는 정말, 단지, 오로지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
잘 사는 것은 어렵다. 잘사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세상을 괜찮은 방법으로 잘 살아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괜찮은 방법으로 살겠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럭저럭 살아내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곳곳에 숨은 수많은 나쁜 사람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고, 싫든 좋든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왕 살 것이면 괜찮은 방법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 왔다. 세상의 모든 것을 구원하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대상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일단 나 자신부터 단단하고 바른 생각을 해야 한다. 정희진 선생님의 는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는 데에 도움을 많이 준 것 같다. 모든 물질은 역치가 다르다...
좋은 글과 좋은 사람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쓴 글’과 ‘글쓴이의 인간성’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배우들이 종종 하는 언급, “좋은 배우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 역시, 비슷한 논쟁거리다. 김혜수 배우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적절한 ‘답’이 아닌가 싶다. “배우(俳優)라는 단어를 보세요. ‘배’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잖아요.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어야 하는 존재가 배우에요. 그래서 배우가 어려운 직업인 것 같아요” 내가 이해한 그녀의 말의 의미는 ‘한 인간의 본질이란 없고, 배우는 여러 사람으로 변신해야 한다’이다. 글쓴이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배우가 했던 이전에 역할과 다음 작품의 ..
누구보다도 ‘나’를 알고 싶은 사람으로서 허겁지겁 책을 폈다. 64권의 책과 그 저자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읽었다’도 아니고 ‘썼다’도 아니다. ‘쓴다’. ‘해는 동쪽에서 뜬다’, ‘사람은 죽는다’처럼 늘, 언제나 그럴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계속 써야 하나요. 알게 되나요. 언젠가는…? 저자의 탐색과 시도가 나에게도 여러 방향을 보여 준다. 책은 사람마다, 같은 사람도 상황과 시기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읽기는 능동적인 쌍방 활동이다. 읽으면서 저마다 다르게 쓰는 것이다. 때로 힘들고 답답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알고 싶은가? 사실 얼마 되지 않는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에는 ‘나’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알기는커녕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순간에는 정신 차리지 않으면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