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기’의 실행: 괴물의 역량과 여성의 글쓰기에 관하여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I. 메리 셸리(Mary Shelley)는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서문에서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는가에 대해 쓴다. 21세가 되던 1816년 여름, 셸리는 친구들과 제네바로 여행을 떠난다. 여름답지 않게 춥고 비가 많이 오던 그 시절, 그는 저녁마다 모닥불을 지피고 친구들과 독일 유령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셸리와 친구들은 “괴담을 나누다 보니 비슷한 이야기를 지어내고 싶은 장난기가 발동”해 이야기를 한 편씩 쓰기로 한다. 날씨가 개자 친구들은 멋진 풍광에 마음을 빼앗겨 이야기 짓기를 그만두었지만 셸리..
1. 박복한 자들의 얼어붙은 서사 ‘박복(薄福)하다’는 말이 있다. 이때 ‘복이 없다’는 ‘팔자가 사납다’는 의미로 드러나기도 한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 한 평생에 걸쳐, 끈덕지게 들러붙는 이 불운은 족쇄에 가깝다. 그저 복이 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삶 전체를 불행한 것으로, 그 불행을 운명이자 숙명처럼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말이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은 주술처럼 말해지고, 옮겨지고, 들러붙어 팔자가 사나운 ‘사람’이 된다. “정면이 아니라 바닥을 보며 걷고”, “둥글고 작아지는 절망의 자세”를 가졌으며, “아무리 친밀한 사람이 생겨도 미리 관계의 끝을 상정하는 작은 마음”은 ‘팔자 사납다’라는 말이 힘을 가져 만든 몸들이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그늘져 보인다는 것은, 박복한 팔자가 왠지 모르게,..
1. 마주침과 연결의 흔적을 좇는 이야기들 누구든지, 어디에나 꼭 맞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매일같이 오가는 일터나 학교에서, 우리가 친숙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자주 만나는 친한 사람들과 가족에게서, 그리고 우리와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은 우리의 신체로부터 종종 낯설고 어렵고 감당하기 힘든 타자로서의 자기를 발견한다. 이러한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 온전히 인정받거나 이해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은 우리에게 누구와도,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근원적인 소외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지치지도 않고 누군가와, 무언가와 연결되려 한다. 타자에 대한 이해, 글쓰기를 자신의 소설세계로 정립해온 작가 조해진에게 이러한 ‘연결’의 문제는 이야기의 요체가 될 수밖에 없다. 대표작 『로..
1. ‘누빔점’을 만드는 문학의 수행성 타인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삶 속으로 개입되는 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브뤼쎌에 와서 로의 자술서와 일기를 읽고 그가 머물거나 스쳐갔던 곳을 찾아다니는 동안, 로기완은 이미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 『로기완을 만났다』 『로기완을 만났다』(창비, 2011)에서 ‘탈북인’ 로기완의 행적을 좇는 화자 ‘나’는 “그의 일기를 읽으면서 그 삶을 배워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일찍이 마쓰오 바쇼(松尾芭蕉)는 “소나무에 대해서는 소나무에게 배우라”하고, “배운다는 것은 사물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화자가 로기완의 삶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단순히 머리가 아니라 온몸이 바쳐진다는 점에서, 다시 말해, 화자가 자신의 신체와 로기완의 신체..
* 일러두기 - 대괄호는[ ]는 옮긴이가 부연 설명을 위해 임의로 추가한 부분이다. - 가독성을 위해 임의로 홑따옴표(‘ ’)나 줄표(―)를 적용하였다. -『에티카』 직접인용의 국역은 황태연본(피앤비, 2011)에서 가져온 후 [국역본]으로 서지사항을 표기했으며, [국역본] 표시가 없는 부분은 본문의 맥락에 맞춰 옮긴이가 직접 번역한 부분이다. - 원문의 이탤릭체는 고딕체로 강조했다. 단, 외국어(라틴어나 불어)여서 이탤릭체로 표기한 것은 따로 강조하지 않았다. 어펙트(affect) 얀 슬라비(Jan Slaby), 라이너 뮐호프(Rainer Mühlhoff) 번역: 은혜 우리 시대의 어펙트: 아이디어와 방향성 이 장의 후반부에서 우리는 현대 어펙트 연구에서 어펙트 이해에 중심이 되는 아이디어들, 특히 ‘..
이슈 제목 기사 제목 및 링크 토크 카테고리 참고문헌 여성(청소년)의 재생산권과 노동 “못 키우겠어요” 올해도 105명의 아기들이 베이비박스로 갔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112714464335329 김미애 의원, 보호출산 특별법 발의... “유기 아동 급증”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519 청소년이 노동하는 이유, “생활비 마련” 62.5%, 청소년 노동인권 상황 실태 조사 발표…근기법 적용 못 받는 청소년 노동인권 사각지대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402162 낙태죄 폐지, 여성노동자의 재생산권을 위한 ..
이슈 제목 기사 제목 및 링크 토크 카테고리 참고문헌 코로나가 만든 ‘필수노동자’ 필수노동자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5546 가장 헐값에 부리는 일꾼, 필수노동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8291114021&code=940100#csidx4988acace72555eab5977b6296a1e43 ·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s)’ : 미국 주정부들이 보건의료·식료품·공공운수 등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산업의 노동자에게 계속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행정명령에서 나온 말. · 영국에서는 같은 의미로 ‘핵심 노동자(k..
이슈 제목 기사 제목 및 링크 토크 카테고리 참고문헌 전태일 50주기(2020. 11.13.) : 전태일과 오늘의 노동 훈장 수여, 전태일정신의 박제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042687?sid=001 전태일 그후 50년 http://m.hani.co.kr/arti/SERIES/1489/ 14시간 미싱 돌리다 한 번씩 하늘 봐요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413.html 2020 전태일의 일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468/ 플랫폼과 로봇에 갇힌 ‘21세기 중국의 전태일들’ http://m.hani.co.kr/arti/opinion/col..
* 일러두기 - 대괄호는[ ]는 옮긴이가 부연 설명을 위해 임의로 추가한 부분이다. - 가독성을 위해 임의로 홑따옴표(‘ ’)나 줄표(―)를 적용하였다. - 『에티카』직접인용의 국역은 황태연본(피앤비, 2011)에서 가져온 후 [국역본]으로 서지사항을 표기했으며, [국역본] 표시가 없는 부분은 본문의 맥락에 맞춰 옮긴이가 직접 번역한 부분이다. - 원문의 이탤릭체는 고딕체로 강조했다. 단, 외국어(라틴어나 불어)여서 이탤릭체로 표기한 것은 따로 강조하지 않았다. 어펙트(affect) 얀 슬라비(Jan Slaby), 라이너 뮐호프(Rainer Mühlhoff) 번역: 은혜 이 책 『정동적 사회의 주요 개념』의 본문 첫 장에서는 우리가 분석적 관점으로 유익하다고 간주하는 어펙트 이해를 개괄하고자 하는데, 그..
임계(臨界)와 음계(音階) “우리가 미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유머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소설가가 가장 좋아한다던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의 이 문장은, 한동안 그리고 여전히 미치기 직전마다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이 문장을 떠올렸고, 이제는 이 문장이 떠오릅니다. 유머 비슷한 것을 주워 삼키거나 내뱉을 때, 내가 지금 미치기 직전인가를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볼라뇨의 문장으로 인해 괜히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되었고, 이제는 볼라뇨의 문장과 함께 떠오르는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도’를 지나쳐 ‘미’치기 직전, 나(너)는 ‘레’”라는 너스레입니다. 여기에서 계이름 ‘레’는 ‘도’에서 ‘미’를 향하는 정동적 전이의 상태를 나타내는 기호로서 도입되어 있고, 이 상태는 ..
죽음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최초의 사망자는 청도의 정신병원 대남병원에서 나왔다. 신천지 감염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 19가 한국 사회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 직후 대남병원의 환자들이 연이어 돌아가셔서 총 일곱분이 사망했다. 2월 19일 첫 사망자가 나왔으며, 대남병원과 전국 코로나 19 첫 번째 사망자는 사망시 몸무게가 45kg이었고, 사후검사로 확진이 되었다. 청도의 대남병원은 보건소와 한 건물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환자들이 이렇게 늘어가는 동안, 사망자가 나올 때까지 제대로 된 검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남병원 환자는 104명이 확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대남병원 수용인원의 전원에 가깝다. 인도주의의사협의회의 우석균 의사는 대남병원이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기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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